광주지역 하남공단 중소기업 경기침체로 경영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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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정말 힘듭니다.공장을 당장 때려치우고 싶지만 요즘같은 불황에 누가 인수하겠다고 나서겠습니까.』 광주 하남공단에서 종업원50여명을 두고 청소기 플라스틱부품을 만드는 B사의 金모(55)사장은 이번 불황의 터널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도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난해까지 월평균 2억3천여만원이었던 매출이 올들어 1억2천만으로 절반가량 줄었으니 기업인들의 의례적인 엄살이 결코 아니다. 이 회사의 매출감소 원인은 불황으로 모업체인 전자회사의 원청물량이 줄고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는 많아져 납품물량이 줄었기 때문.
같은 공단내 가전제품 부품업체 ㈜광주대승기업.경영난에 허덕이다 지난 6월 도산,주인과 30여명의 종업원은 온데간데 없고 자금을 융자한 은행에서 배치한 경비원만이 공장과 기계를 지키고있다. 현재 4백15개 업체가 가동중인 하남공단에서 광주대승기업처럼 문을 닫은 곳은 모두 38개 업체.28개는 부도로 망했고 10개는 몸부림치던 끝에 결국 스스로 휴업했다.5개 업체로구성된 자동차부품사업조합의 나맹환(羅孟煥.50)이사장 은 『그간 호.불황에 따라 부침을 많이 겪었지만 이번 불황은 한계상황을 절감케 할만큼 심하다』고 말했다.
4개 회원업체는 경영난으로 최근 주인이 2~3차례씩 바뀌었다.유일하게 주인이 바뀌지 않은 羅이사장의 브레이크페달.엔진커버생산업체인 금성기계도 올들어 9월말까지 매출액이 28억여원으로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억여원 줄어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전북 익산공단에 부는 한파는 강도가 더욱 거세다.
올해초만 해도 40여명이 일하던 메리야스 하청업체 태광㈜.공장 마당 3백여평은 잡초만 우거지고 건물안의 기계는 녹슬어 고철이 된채 방치돼 있다.원청업체의 수출부진으로 일감이 줄면서 부도를 내고 쓰러진지 4개월이 지났으나 인수하겠다 고 나서는 사람은 전혀 없는 실정.
자동차부품업체인 D사등 5개 업체는 올해초까지만 해도 철야로돌리던 기계를 요즘은 오후8시까지만 가동하고 있다.
익산공단의 가동업체는 지난해 이맘때 1백30개였다.그러나 1년사이 무려 18개가 휴.폐업했다.휴.폐업과 인원감축으로 전체종업원수도 한햇동안 8천6백여명에서 7천5백여명으로 12% 감소했다.섬유업종의 경우 26%나 줄었다.
하남공단관리공단 이승용(李承龍.37)총괄과장은 『광주지역은 노조활동이 활발한 지역특성 때문에 감원도 힘들어 기업주들이 군입대등으로 인해 생기는 자연감소만을 바라고 있다』며 『호남권 중소기업은 대부분 영세하고 대기업 납품에 의존하고 있어 경기침체의 바람을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전주=이해석.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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