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미국행 꿈꾸는 이란 청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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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란 회교정부는 틈만 나면 미국을 비난한다.자국에 대한 경제제재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페르시아만의 불안정 또한 미국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란의 젊은이들도 미국을 미워하기는 마찬가지다.그러나 그 이유는 자국 정부와는 영 다르다.다름이 아니라 미국 비자 받기가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의 한 관리는 기자에게 『비자 얻는 것을 도와줄 수있는가』라고 물어왔으며,어떤 학생은 『왜 미국은 우리의 입국을허용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호텔에서 마주친 한 종업원은 『미국에서 정치적 망명 허가를 얻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말을 걸어왔다.
이처럼 이란에서는 미국에 가기 위해 돈을 모으거나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의 수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이들은 현금 부족으로 곤란을 겪거나,양국 정부사이에 찬바람이 분다거나,미국비자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외국 뿐이라는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지난해 이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미국 비자를 신청한 이란인들의 수는 그전보다 30% 늘어났다.두바이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비자를 받기 위해 몰려드는 이란인들을 심사하기 위해 지난 여름부터 모든 비자 신청자에게 접수시간 예약을 요구 하고 있다.
미국 비자를 원하는 대다수 이란인들은 학업을 위해서나 미국에살고 있는 친척을 만나기 위해 단기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를 개인적으로 만나 보면 다시는 이란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이란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이들 신세대는 겉으로는 조국과 회교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궁핍한 이란의 경제 상황에서 벗어나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풍요로운 생활을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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