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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작은 변화.큰 기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이 왔다.「가을 집안 꾸미기」광고 문안에 눈길이 자꾸 가는 것이 친구 집에 다녀온 후 더욱 심해졌다.깨끗하고 잘 꾸며진 넓은 새 아파트를 보고 우리 집을 보니좁고 낡아 답답하게만 느껴졌다.하루 종일 청소를 해보아도 별로나아진 것이 없다.획기적으로 바꾸고 싶은데 안방의 큰 장롱을 옮기기도 어렵고 도배를 새로 할 형편도 안된다.실망스러워 주저앉아 한숨을 쉬다 갑자기 옛 생각이 났다.학창 시절,한 평도 채 안되는 내 방에서 싫증이 나거 나 새로운 결심이 필요할 때면 책상을 이리저리 옮겨 심기일전했던 일이.
이제 다시 나의 책상을 갖고 싶다.남편의 책상에 더부살이가 아닌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것이다.생각이 이쯤에 이르자 눈을 날카롭게 뜨고 집안을 샅샅이 살펴보았다.아이들 방과 부엌 식탁….아이들은 아직도 안방에서 함께 자고 있어 방은 여유가 있다.부엌은 좁은데 큰 식탁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늘 불편하다.식탁을 아이들 방으로 옮겨 나와 아이들의 생각하는 공간으로만들었다.아이들도 책상이 생겼다고 좋아한다.벽면에는 그림도 붙였다.아이들 책에 밀려 구석에 박아 두었던 내 책들도 꺼내 가지런히 꽂았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공부하는 태도를 다시 키워봐야겠다.원하는 책도 읽고,신문이나 잡지에서 정보를 얻어 살림도 알뜰하게 해 보고,일기도 쓰고,아이들과 함께 얘기도 나누고.내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이 작은 변화로 인해 우리 집 이 달라 보인다.나는 큰 기쁨을 갖고 행복을 느낀다.
홍성희<서울송파구방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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