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代 이 사람을 주목하라] 16. 한나라 이종구 당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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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3%. 17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종구(54)당선자가 얻은 표다. 영.호남을 제외한 수도권 출마자들 중에선 최고 득표율이다.

"원래 강남은 한나라당 지지층이 탄탄한 곳입니다. 다만 이웃 선거구보다 5% 정도 더 많이 받았는데 그건 '어른'의 표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말한 '어른'은 아버지로, 6선을 지낸 이중재(79)전 의원이다. 李당선자가 대를 이어 야당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건 부전자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李당선자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금융감독원에서 일했다. 경기중.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30년 가까이 경제관료의 길을 걸어왔다. 때문에 여당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한나라당을 택했다.

"2002년 대선을 지켜보면서 한나라당이 너무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노무현 대통령 집권 1년을 지켜보았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민 끝에 야당의 집권을 위해 정치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盧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다. 지난해 말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임명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분배를 우선하고, 기업을 개혁 대상으로만 보는 정책이 그와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누가 뭐래도 기업들의 투자로 극복해야 합니다. 투자가 돼야 실업도 해소됩니다. 강남의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부자동네인 강남에서 세금을 걷어 강북 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발상은 반(反) 시장주의적인 데다 계층 갈등을 부추기는 것밖에 안됩니다."

그래서 그는 17대 국회를 벼르고 있다. 재경위를 선택해 친정인 재경부 등 경제부처를 상대로 독하게 따지겠다는 것이다. "당선 후 재경부로 찾아가 고교 선배인 李부총리 등에게 인사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친분이고, 국회에서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철저히 추궁하겠습니다."

그는 당선된 지 한달이 돼가지만 당내 모임엔 일절 가담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계파 싸움에 발을 담글 때가 아니고 나라 걱정을 해야 할 때"라고 그는 말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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