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범죄인 인도조약'합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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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은 더이상 한국인 범죄인의「도피 천국」이 아니다.한.미 양국이 11일「범죄인인도조약」체결에 잠정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87년 사법공조체제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지 9년만에 이같은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범죄를 막기 위한 국가간의 사법공조 방안은 형사사법공조조약과범죄인인도조약이 대표적이다.형사사법공조조약은 주로 수사기관이 형사 사건의 수사.증인등에 대해 서로 협조할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고 범죄인인도조약은 외국으로 도피한 범죄자의 신병을 주고 받는 것을 말한다.형사사법공조조약이 범죄 수사등의 기소전(前)단계에 치중하는 사법공조 체제라면 범죄인인도조약은 기소후 단계를 규정하는 더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범죄 대처 방안이다.
따라서 정부는 90년 이후 호주.캐나다등 10개국과 범죄인인도조약을,러시아.프랑스등 5개국과 형사사법공조조약을 체결해 마약밀매.테러등 국제 범죄를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정작 범인 해외도피의 전형처럼 인식돼 있는 미국과는 조약 체결이 늦어져 93년 11월 형사사법공조조약만이 체결된 상태다.1만여명의 범죄인이 도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과의 범죄인인도조약 체결이 늦어진 것은 영미법과 대륙법 이라는 두 나라 법체계의 상이(相異)가 원인이다.영미법의 경우 인도 대상의 범죄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는데 반해 대륙법 체계는 형량을 기준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87년 미국과의 사법공조 교섭에 나서93년 11월 형사사법공조조약을 체결한 뒤 곧바로 범죄인인도조약 체결을 위한 실무 교섭을 벌여왔다.
특히 이번에 잠정 합의된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르면 범죄인이 1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짓고 도주하면 인도 대상이 된다는「포괄주의」를 채택함으로써 최근 급증하는 사기범등의 미국 도피는 앞으로 발붙일 여지가 없게 됐다.
그러나 이번에 잠정 합의된 범죄인인도조약은 인권 시비 가능성이 있는 정치범과 군사범을 인도 대상에서 제외했고 단순 수사를위한 경우에는 인도 요청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따라서대체적으로 1년 이상의 죄에 해당하는 파렴치범 .반인륜범등의 범죄인들이 인도 요청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 조약은 앞으로 비준 서명과 국회동의 절차등을 거쳐 내년 말께 발효될 전망이라는 것이 외무부의 설명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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