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주거환경 … 대전 달동네 달라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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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4일 오전 대전시 동구 법동 영구임대아파트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이 놀이터에는 쓰레기가 곳곳에 나뒹굴고 보도블록은 깨지고 담벼락은 낙서로 가득 차 마치 미국 뉴욕의 슬럼가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고 신흥주택가 못지 않은 놀이터로 변했다.

대전시가 258억원을 들여 1992년 입주 이후 방치돼온 이 아파트의 색을 다시 칠하고, 단지 내 공원을 새로 조성하는 등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데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무지개 프로젝트의 성과가 결실을 맺고 있다.

잡초가 무성했던 판암주공아파트 일대가 무지개프로젝트 사업이 실시된 후 말끔하게 단장됐다. 사진은 판암동 달동네 전경. [대전시청 제공]


◆어떻게 추진하나=‘무지개 프로젝트’는 사람을 몰아내는 재건축·재개발이 아니라 낡은 환경을 바꿔서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주민들은 쫓겨날 걱정이 없고, 정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질 염려도 없다. 대전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500억원이라는 돈이 시 전체로 보면 변변한 사업조차 할 수 없는 액수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 집중 투자하면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시의 논리다.

2006년 9월부터 동구 판암동을 1단계 시범지역으로 선정한 뒤 2단계로 서구 월평2동과 대덕구 법동지역을 선정해 2009년까지 80개 사업에 522억원을 투자한다. 올해까지 480억원이 들어가고, 2단계 사업 마지막해인 2009년에 142억원이 투입된다.

대전시 윤종준 무지개프로젝트 담당자는 “건물과 사람을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정주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무지개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리모델링한 대덕구 법동 청소년 문화의 집준공식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대덕구청 제공]


◆사업대상지역 어떻게 변했나= 무지개 프로젝트 사업대상지는 ‘못사는 동네’다. 대전시의 기초생활수급자율이 평균 3.1%이지만 판암동은 15.8%, 월평2동은 14.2%, 법동은 12.9% 등 특정지역에 편중돼 있다. 3년전만해도 이들 달동네를 싹 밀어버리고 깔끔하고 산뜻한 새 아파트를 짓는 것이 당연한 논리였다.

그러나 ‘무지개 프로젝트’가 시작된 뒤 이들 마을에는 활기가 넘친다. 대도시 빈민가에서 흔히 보이는 깨진 창문과 보도블록, 지저분한 낙서가 사라지고 생활체육공원과 야외 헬스장, 장애인 이동통로 등 편의시설이 대폭 확충됐다. 영구임대아파트에는 시가 76억원을 들여 도장·도배·싱크대 교체 등 리모델링 공사를 해줬다. 인근 13개 학교의 가사실, 도서실, 과학실, 어학실, 컴퓨터실 등도 현대화 했다.

내년 1월부터는 ‘3단계 무지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공모와 선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동구 대동과 중구 문창·부사동이 선정됐다.

◆무지개 튜터도 시행=주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이 사업은 1대 1로 공부를 도와주는 일종의 과외교사인 셈이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과외 봉사활동을 하는 대전시 공무원들이 바로 ‘무지개 튜터’들이다. 현재 70명이 넘는 대전시 공무원들과 특허청, 식품의약품안전청 일부 직원들까지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퇴근 후나 주말, 휴일 등을 이용해 해당 학생의 가정을 찾아가 공부를 도와준다.

이렇게 도움을 받는 학생들은 판암·월평2동 등에 70명이나 된다. 대전시 임숙향 무지개튜터 담당자는 “튜터 활동을 통해 공직자로서의 봉사정신을 기르고 지역실태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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