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첫 후원의 밤 “2년 새 1687억 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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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부문 노벨상을 휩쓰는 일본이 부럽다. 지금 우리 현실로는 하향 평준화밖에 안 된다. 대학 경쟁력은 ‘솔직한 얘기로’ 재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 핵심은 대학에 대한 후원이다.”

서울대 개교 이래 처음으로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후원의 밤’ 행사가 열렸다. 왼쪽부터 권이혁 전 서울대 총장, 김영삼 전 대통령, 이장무 서울대 총장, 이용훈 대법원장. [김태성 기자]


14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 서울대 발전위원회 회장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서울대 ‘후원의 밤’ 행사 축사에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 현실을 지적했다. 그의 연설은 서울대 재정 현황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발표된 후 이뤄졌다. ‘하버드의 발전기금 규모는 40조원, 예일대는 27조원인데 서울대는 2615억원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열린 서울대 ‘후원의 밤’은 개교 이래 처음 열린 행사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해 유력 동문들이 빼곡히 자리를 메웠다. 동문과 후원자를 합해 800여 명이 모였다. 호텔 주변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할 정도였다.

하버드·예일·스탠퍼드 같은 미국 명문대는 오래전부터 수년마다 한 번씩 ‘집중 모금 캠페인(Capital Campaign)’을 열고 있다. 학교는 동문 중 유력 인사를 유치위원장에 선임한다. 위원장이 거액의 기부금을 쾌척하면 그와 뜻을 같이하는 동문들이 돈을 보탠다. 이들의 기부는 모교 발전의 종자돈이자 동력이 된다.

서울대도 올 5월부터 ‘비전 2025’라는 이름으로 집중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목표는 ‘이장무 총장 임기 2006~2010년, 4년간 3000억원 모금’이다. 이장무 총장은 개교기념식 축사를 통해 “노벨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 그를 위해 구체적인 재정지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서울대는 1687억원을 모은 상태다. 1997~2006년까지 10년간 모금 총액이 2400억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호응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고문은 이날 행사에서 구체적인 후원 액수를 밝혔다. “월급 받아 모은 돈의 일부를 오늘 기부하겠다. 우리 모두 화끈하게 후원하자”고 했다. 그가 약정한 돈은 10억원으로 알려졌다. 윤 고문은 “리더를 길러내는 대학을 위해 힘을 보태자”고 덧붙였다.

그의 말이 끝나자 ‘기금 약정식’이 이어졌다. 테이블마다 미리 준비된 ‘간이 약정서’가 놓여 있었다. 남익현 발전기금 상임이사는 “서울대 1년 예산 9400억원 중 국고 지원은 25%도 안 된다”며 “여러분의 마음을 표현해 달라”고 말했다.

약정식이 끝나자 임광수(임광토건 회장) 총동창회장이 나섰다. 그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건배를 제안했다. 그는 서울대에 50억원 상당의 건물을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배 제의를 이어 간 김광석 참존 회장은 “노벨상 배출자를 만들자”며 분위기를 띄웠다.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김정택씨는 ‘나의 서울대 이야기’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열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참석한 동문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후원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했다. 건배 제의나 콘서트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노신영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강덕수 STX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보험 회장, 김영대 대성 회장,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김선동 미래국제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한상구 삼아알미늄 명예회장, 정석규 신양문화재단 이사장, 이용희 태광사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 기부자들은 제1회 서울대 발전공로상을 받았다.

강인식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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