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재지주의 눈먼 돈이 된 직불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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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쌀시장 개방에 대비해 쌀 경작 농가의 소득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된 ‘쌀 소득보전 직불금’이 온갖 편법과 불법으로 부당하게 새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정해걸 의원(한나라당)이 최근 공개한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직불금을 받은 99만8000여 명 가운데 무려 17만3947명이 실제 농사를 짓지 않고도 1683억원의 직불금을 타 갔다. 전체 직불금 1조6191억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 허위 수령자들은 회사원이 9만9981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무원도 무려 4만421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직불금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한 부재지주들의 호주머니를 불리는 데 쓰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직불금을 눈먼 돈으로 알고 빼먹은 부당 수령자도 문제지만 실제 수령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국고를 덥석 집어주는 허술한 관리체계가 더 큰 문제다. 농식품부는 또 부당하게 신청한 직불금을 적발하고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엉뚱하게 국고를 낭비한 것도 모자라 잘못 준 것을 알고도 되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니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100조원 가깝게 농업지원금을 퍼붓고도 농가의 경쟁력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차제에 부당한 수령자가 나오지 않도록 직불금 지급방식을 바꾸기 바란다. 특히 공직자나 공공기관 임직원이 허위로 직불금을 타 냈을 경우는 인사조치와 함께 형사처벌을 받도록 해 감히 국고에 손댈 엄두를 못 내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