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쉐쑹씨,남편소장 구한말 궁중음악 악보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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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7일 김포공항엔 한 중국인 할머니가 한국땅을 밟았다.바로 중국에서 국가(國歌) 다음으로 유명한 『중국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조선족 작곡가 故 鄭律成(1918~76)씨의 부인 딩쉐쑹(丁雪松.76)씨다.문화체육부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丁씨는 외동딸 鄭小提(53.작곡가)씨와 함께 8일 金榮秀 문체부장관을 예방했다.이 자리에서 그는 남편이 수집해 소장해 오던 귀중한 구한말 궁중음악 악보들을 한국정부에 기증했다.
丁씨는 이날 저녁 국립국악원 소극장에서 열린 「정율성 작곡의밤」에도 참석했다.이 음악회에선 마오쩌둥(毛澤東)의 시에 붙인『매화의 노래』등 鄭씨가 남긴 16곡이 국내 초연됐다.
인민해방군 여군대대장 시절 鄭씨와 만난 丁씨는 중국 쓰촨(四川)성 출신의 한족(漢族)으로 저우언라이(周恩來)전중국 총리의비서겸 양녀.중국 초대 프랑스 대사를 비롯,네덜란드.폴란드 대사를 역임하고 한국전쟁중 신화통신 평양지국장을 지냈으며 현재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이사겸 전국인민대표대회 쓰촨성 대의원으로 있다. 한편 鄭씨는 15세때 중국공산당에 투신,항일투쟁을 벌이다 마오쩌둥을 따라 대장정에 참가했다.옌안(延安)으로 건너가 루신(魯迅)예술학교에서 수학하면서 혁명음악을 작곡해 온 鄭씨는해방후 북한에서 활동하다 50년 중국으로 돌아갔다.丁 씨는 『남편의 서거 20주년 되는 해에 남편 고향땅을 밟게돼 감회가 깊다』며 『광주시에 있는 남편의 선산을 돌아보고 국내에 있는 친인척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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