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매력탐구>탤런트 조경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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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맏형의 듬직함.탤런트 조경환(51)에게서 풍겨나는 이미지다.
여성위주의 가벼운 코믹 드라마가 판을 치는 요즘 그는 정통 드라마만 고집하는 몇안되는 선 굵은 연기자중 하나다.그의 우직함과 넉넉함은 0.1이 넘는 우람한 체구에서 비롯된다.한양대 영화과 시절엔 「미스터 한양」에 선발되기도 했는데 이는 중학교2학년때부터 시작한 보디빌딩 덕분이었다.
하지만 좋은 몸매만으로 좋은 탤런트가 될 수는 없었다.69년MBC 탤런트 공채 1기 시험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지만 「행인1」「군중2」같은 대사없는 배역도 제대로 맡을 수가 없었다.
너무 눈에 띈다는게 이유.겨우 맡은 역이라고는 뛰어가는 포졸들중 「포졸1」정도였다.큰 몸집은 탤런트로서는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그때 동기생 30명을 능력에 따라 A,B로 나눴는데 B판정을 받았어요.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너무 충격이 컸지요.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다짐하고 물불 안가리고 일했습니다.』 성실함과 열정이라는 미덕까지 꾹꾹 눌러채운 그의 덩치는 드라마『수사반장』을 통해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된다.차가운 범죄물이 아닌 범죄자들의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추었던 이 드라마에서 순박하면서도 정의감 넘치는 「조형사」는 19년 6개월동안 조경환의 분신으로 자리잡았다.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던 조형사는 81년부터 새로운 모습을 겸하게 된다.아이들에게 무서우면서도 자상한 「호랑이 선생님」.험악한 인상을 쓰다가도 금세 사람좋은 웃음을 터뜨리는 선생님역으로 새로운 스승상을 제시했다는 평과 함께 8 1년 MBC최우수 연기상을 받는 영광도 누렸다.「조형사」와 「허선생」을 오가던 그의 연기지평에도 변곡점이 찾아온다.
『당시엔 세작품이상 출연을 금지하고 있었기에 다른 작품을 할수 없었어요.연기자로 안정은 됐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질 못해 안타깝던 차에 「무풍지대」에서 이정재역 제의를 받았지요.이미지 변신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친정」을 나와 KBS로가게 됐습니다.』 정치깡패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자 이번엔 주먹계 보스.중앙정보부장.안기부장.검사장등 배역제의가 줄을 잇고「배후가 있는 권력층」은 조경환의 새 이미지가 됐다.하지만 그는 스스로 악역연기는 실패했다고 털어놓는다.
『배우가 악역을 맡았는데 밉지않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연기를 못했다는 얘기』라고 말하는 그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손가락질받는 진짜 악랄한 역을 맡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푼수연기는 싫습니다.연기자는 어떤 역이든 다 해야한다고 하지만 인기를 얻기 위해 연기력을 팔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연기는 가슴으로 하는게 진짜죠.시청자들은 이제 더이상 속아주지 않을 겁니다.』 그는 지난달 29일 방영된 KBS-2TV 추석드라마 『옛날에 이 길은』에서 묵묵히 어머니 수발을 드는 보기드문 효자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특히 오십이 넘은 장남이 병석에 누운 팔순노모에게 『엄마,기저귀 사왔다』라고 하는 그의 어 리광 말투는 색다른 리얼리티를 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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