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 잇단 궤도수정-경기침체 길어지자 기존업계관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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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반도체 경기의 단기간내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기존업체들이 국내외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미루고,신규진출을 계획했던 업체들은 참여를 보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따라 95년이래 경쟁적인 해외투자 때문에 2000년까지 크게 늘 것으로 보였던 우리나라의 당초 반도체투자전망은 96년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실천과정에서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래픽참조> 6일 업계에 따르면 LG반도체와 대우전자는 해외 반도체공장 설립을 잠정연기했으며 신규진출을 노렸던 일진.동양.롯데.성우.고합그룹등도 사업계획을 상당기간 유보하거나 일부는 백지화했다.일부 반도체업체들은 가격이 크게 떨어진 메모리반도 체보다 비(非)메모리반도체 투자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최근 사업계획마저 연기하는 실정이다.
LG반도체는 일본 히타치와 50대 50의 투자비율로 13억달러를 들여 말레이시아에 64메가D램 공장을 짓기로 하고 하반기착공을 계획했으나 내년 이후로 착공시기를 미뤘다.이 회사 문정환(文程煥)부회장은 최근 『당초 파격적인 투자조 건을 제시했던말레이시아 정부가 약속을 실행치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메모리반도체의 가격하락도 착공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LG반도체는 말레이시아 정부와 협상이 결렬될 경우 싱가포르.대만.인도네시아등에서 공장부지를 다시 찾아본다는 계획이다.
대우전자는 10억달러 이상을 들여 하반기에 서유럽 또는 동남아지역에 비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잠정연기했다.이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공장 건설을 미루는 대신 멀티미디어 사업에 신규진출키로 투자순위를 조정하면서 프랑 스 최대의 전자업체인 톰슨 멀티미디어사 인수를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현대전자.아남등 다른 업체들도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및 조립공장의 연내 추가건설 계획은 일단 잡아놓지 않고 있다.
아남그룹은 30억달러를 들여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사와 공동으로 수도권지역에 비메모리반도체 조립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메모리반도체는 다음달 준공될 광주공장외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
지난해말 반도체사업 진출을 발표했던 일진그룹은 올해 6천억원을 들여 월평균 1만5천장 규모의 8인치 웨이퍼 가공공장을 국내에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사업추진팀을 해체하고 사업을 일단 보류했다.
반도체장비및 원재료 제조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던 동양그룹도 반도체가격 하락및 합작선과의 협력조건 문제로 사업계획을 보류했다. 롯데.성우.고합등 반도체및 반도체관련 사업의 진출을 검토해왔던 그룹들도 최근 시장상황이 악화되면서 반도체사업 진출계획을 보류하거나 통신.유통등으로 신규사업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임봉수.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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