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시대가다가온다>부상하는 제3의 축-ASEA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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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4일 오전 10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시 동남아국가연합(ASEAN)사무국.회원 7개국의 상징물로 가득한 1층 로비가각국 실무회의대표들로 북적거렸다.잠시 환담을 나눈 이들은 회의실로 올라가 곧바로 무릎을 맞댔다.역내 경제 현 안을 다루기 위한 조정회의였다.오후 2시.사무국은 또 다른 회의 참가자들로북새통을 이뤘다.역내 각급 회의를 조정하는 ASEAN 사무국의하루는 이처럼 회의로 시작되고 저문다.동남아 전체를 하나로 묶고 역내 자유무역지대(AFTA)를 실현하기 위한 대실험 때문이다. 『동남아 10개국이 한 지붕 아래서 함께 행동하는 ASEAN 창설 이래의 꿈이 현실로 다가왔지요.현재의 7개국외에 내년에는 라오스.캄보디아가,98년께는 미얀마가 가맹,10개국 체제가 되지요.』 지난 67년 태국등 5개국이 공산화 도미노현상을 막기 위해 결성했던 ASEAN이 갈등의 역사를 청산하고 지역연합으로서 완전한 틀을 갖추는 것이다.
ASEAN의 위상 변화를 실감케하는 대목은 새 국제질서 형성자로의 변신이다.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이끌어낸 것이나 ASEAN 확대외무장관회담(PMC).지역안보포럼(ARF)을통해 안보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단적인 예다 .올해 중국.
러시아.인도가 ASEAN의 전면 대화상대국이 되면서 PMC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장(場)이 됐다. ASEAN의 발언권 강화는 역내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으로뒷받침됐다.80년대말 연평균 10%대,지금도 연 6~8.5%의성장세를 보이고 있다.현재 역내 국내총생산(GDP)은 5천4백15억달러(95년)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국제전략연구센터(CSIS) 관계자는 『오는 2000년까지 역내 관세가 철폐되는 AFTA가 실현되면 ASEAN의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인구 4억7천만명의 거대단일 경제블록이 새로 등장한다는 것이다.특히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잇는 「성장의 삼각지대」및 메콩강 개발계획은 「성장센터 ASEAN」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동남아비핵지대화조약(SEANWFZ)조인과 역내동일시간대 추진등 안보.기능별 협력 강화도 하나의 ASEAN을위한 주춧돌이 되고 있다.그러나 ASEAN이 성공적인 지역 공동체로 가는데는 복병(伏兵)도 적지 않다.특히 난사(南沙)군도등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불씨로 남아있다.인도네시아의 하비비국무장관이 지난 7월 『자원의 편재가 지역 분쟁의 요인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경고한 것은 바로 이같은 맥락 때문이다.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ASEAN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인권.노동기준등을 둘러싸고 미국.유럽연합(EU)측과 「문명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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