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49억 적자 KBS, 창립선물에 81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병순 KBS 사장(右)이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안성식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13일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방만 경영과 편파 방송, 언론 장악 논리가 다시금 맞부딪쳤다. 한나라당은 정연주 전 사장 시절 조직이 느슨해지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실을 거론하며 “개혁 없이 수신료 인상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민주당은 이병순 사장 취임 과정을 문제삼으며 ‘언론 장악’ 공세를 이어갔다.

정연주 전 사장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증인 출석을 거부하는 바람에 여야 공방의 날은 생각보다 무뎠다.

하지만 막판 민주당이 "KBS 감사를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때 파행을 겪었다.

◆“구조조정 게을리한 KBS”=이날 국감에선 KBS의 방만 경영이 가장 자주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MBC·SBS가 매년 수백억원의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유독 KBS만 적자의 늪에 빠진 이유를 추궁했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KBS의 인건비성 경비 비중이 37.8%로 타 방송사(MBC 25.2%, EBS 24.7%)에 비해 높은 게 한 이유”라며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성윤환 의원은 “정 전 사장 재임 동안 1049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창립기념일에 총 81억여원에 달하는 직원 선물비를 지출했다”며 “도덕적 해이가 드러난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정 전 사장이 1000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도 엉터리지만 이 신임 사장이 취임한 올해는 8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이라며 “그 논리라면 후임 사장도 해임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여야 모두 “편파 방송 우려”=이날 국감에선 KBS의 편파 방송에 대한 우려와 지적도 주요 이슈였지만 여야의 접근법은 전혀 달랐다.

한나라당 주호영 위원은 KBS 2TV ‘시사투나잇’의 8월 한 달간 방송 내용을 모니터한 결과를 소개하며 “불공정한 방송의 표본이었다”고 주장했다. 주제 면에서 ‘방송 장악 논란’ 등이 단연 우세했을뿐더러 인터뷰 횟수도 친여 성향 인사 11회, 친야 성향 57회였다는 것이다. 같은 당 최구식 의원은 “광우병 관련 보도 중 ‘KBS 9시 뉴스’의 53%가 촛불시위대에 유리한 제목을 뽑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선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문제를 언급하며 “야당 반론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관리감독 필요한 MBC”=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MBC 업무보고에서 여당 의원들은 MBC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소속 송훈석 의원은 “‘PD수첩’ 사태나 예능 PD 비리 사건 등이 터져도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더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필규·이현택 기자

[이슈] 2008 국정감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