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면 유독가스 뿜는 FRP 지하철역 5곳에 남아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대형 화재 때 유독가스를 내뿜을 위험이 있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마감재가 서울의 지하철역 5곳에 현재까지 철거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이해봉(한나라당) 의원실은 서울시 산하 서울메트로(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13일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FRP 마감재가 남아 있는 지하철역은 충무로역(3호선), 영등포시장역·신금호역·마천역(5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7호선) 등 다섯 곳이다.

충무로역의 경우 1984년 환승통로에 인공동굴 형태의 암벽을 설치하면서 FRP를 마감재로 썼다. 5호선의 영등포·신금호·마천역과 7호선의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선 개통 당시인 96년과 2000년에 승강장 벽체 및 천장에 FRP가 사용됐다. 이대역과 왕십리역에도 FRP 자재가 사용됐으나 2006년과 올해 각각 철거가 완료됐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설치 당시에는 FRP가 불연성 자재로 판정됐기 때문에 시공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두 공사는 FRP가 남아 있는 지하철역에 대해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만큼 당장은 FRP를 철거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서울메트로는 “충무로역은 건축 내장재 교체 공사가 2001년 끝나 FRP를 즉시 철거하기 어렵다”면서 “민간자본을 유치해 FRP 철거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도시철도공사도 “냉난방시설 교체 및 역사 환경개선사업을 할 때 함께 FRP를 철거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FRP는 대구 지하철 참사(2003년)를 계기로 지하철역에서 마감재로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금지됐다. 참사 이듬해인 2004년 ‘도시철도 건설 규칙’이 강화되면서 FRP가 이전처럼 ‘불연재’로 판정받지 못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FRP는 대형 화재가 발생해 실내 온도가 800도 이상 올라가면 유독가스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인천·광주·대전 지역의 지하철 운영 기관들은 “FRP 마감재를 사용한 내역이 없다”고 이해봉 의원실에 답변했다.

성시윤 기자

◆FRP=섬유강화플라스틱(Fiberglass Reinforced Plastics). 폴리에스테르 수지에 섬유 등을 섞어 만든 플라스틱이다.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세고,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욕조, 선박의 선체, 정화조, 안전모 등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