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 서울대생 아버지의 걱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고교때와는 딴판으로 학업은 게을리하면서소비적이고 쾌락적인 생활에 젖은채 선민의식이나 키워가는 딸의 자세를 준엄하게 꾸짖은 한 서울대생 아버지의 글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많은 어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었 던 말을 대신해준 것처럼 공감하면서 구구절절 옳은 지적에 후련한 느낌을 받고 있다.
이 아버지가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지적한것처럼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책 한권도 제대로 안 읽고 늦게까지 밖으로만 나돌다가 어쩌다 조금 일찍 들어와도 전화하고 컴퓨터통신하는데나 시간을 쓰는 건 도시 중산층이상 가정의 자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아르바이트로 비교적 넉넉한 수입이 있는데도 부모에게 손 벌리고 웬만한 봉급생활자의 한달 수입이 넘는 돈도 아까운 줄 모르고 써대는 것 역시 여유있는 가정의 자녀들에게 흔한 소비태도다.
글을 쓴 아버지의 딸은 그러면서도 F학점은커녕 장학금을 받았다지만 장학금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놀고도 낙제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것이 우리 대학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글은 아버지가 딸에게 충고하는 형식으로 돼 있지만 그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대학생들뿐 아니라 부모와 교수,그리고 정부 당국과 사회가 다 함께 책임을 느끼고 각각의 입장에서 그 해결책을 생각해봐야 할 성질의 것이다.불과 반년전만 해도 시험준비밖에는 모르던 자녀가 대학 문을 들어서자마자 딴 사람이 되어버린 원인이 그 개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지옥이나 감옥같았던 고교생활,느슨하기만한 가정및 학교교육,분수에 넘치는 수입,학교 바로 문앞에서부터 진을 치 고 소비욕구를 자극하고 있는 사회분위기도 분명히 오늘의 대학생상(像)에 책임이 있다.
대학생을 둔 각 가정에선 한 아버지가 제기한 문제를 화두로 삼을만하다.다만 자녀의 자세를 비판적인 눈으로만 보고 비관만 할 일은 아닐 것이다.젊은날의 방황이 뒷날의 교훈과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