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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초아 넘은 김인경 “이제 시작일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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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LPGA투어 데뷔 2년째에 생애 첫 우승을 거둔 김인경이 트로피를 안고 환호하고 있다. [댄빌 AP=연합뉴스]

 그는 우승할 거라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뿐-. 스무 살의 여자 프로골퍼 김인경(하나금융)이다.

김인경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댄빌의 블랙호크 골프장(파72·6185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롱스드럭스 챌린지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 4라운드에서 1오버파(버디 2, 보기 3개)에 그치고도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 끝까지 따라붙던 앤절라 스탠퍼드(미국·7언더파)를 3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18만 달러(약 2억2000만원). 김인경의 우승으로 올해 한국 선수들은 LPGA투어 28개 대회 가운데 7개 대회를 제패했다.

김인경은 1988년에 태어난 또 한 명의 박세리 키즈다. 신지애와 박인비·오지영·김송희·민나온·김하늘 등이 그의 동기다. 어렸을 때부터 박인비·오지영·최나연 등과 우승을 다투며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 17세이던 2005년 US여자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깜짝 우승한 것이 미국 진출의 계기가 됐다. 미국에 건너간 그는 그때부터 ‘홀로 서기’를 시작했다. “대선수가 되려면 혼자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부모님의 도움을 정중히 사양했다.

2006년 12월 퀄리파잉스쿨에 수석 합격하면서 이듬해 LPGA투어 데뷔까지는 순탄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우승은 쉽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6월 열린 웨그먼스 LPGA 대회는 뼈아픈 경험이었다. 김인경은 당시 최종 4라운드 16번 홀까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3타 차로 앞서다 막판에 동타를 허용했고, 결국 연장전 끝에 져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4개월이 지난 롱스드럭스 챌린지 대회. 김인경은 3라운드에서 오초아와 다시 만났다. 김인경은 3언더파를, 오초아는 2오버파를 쳤다. 김인경의 완승이었다. 김인경은 마지막 날엔 2번 홀과 14, 16번 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하면서 또다시 역전패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김인경은 17번 홀(파4·333야드)에서 티샷을 페어웨이 벙커에 빠뜨리고도 두 번째 샷을 홀 2.5m 거리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내 우승을 확정 지었다.

김인경은 “너무 긴장해서 어젯밤 잠을 2~3시간밖에 못 잤다. 그렇지만 언젠가 우승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내가 우승한 사실이 놀랍지는 않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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