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GE캐피털 순익 급감에 GE도 흔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세계 2위 투자은행(IB) 미국 모건스탠리가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돈줄을 대주려던 일본의 은행이 그간의 주가 급락을 이유로 값을 더 깎자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위기의 고통은 산업 쪽으로도 옮겨 붙고 있다. 미 경제주간지 포춘은 “GE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GE캐피털이 이젠 GE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우량 기업으로 불리던 미 GE도 금융사업 부문인 GE캐피털의 경영 실적이 나빠지면서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이처럼 해결책을 찾았다 싶으면 다시 문제가 생기고,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면서 좀체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방송사 CNBC 등 외신들은 10일부터 “모건스탠리에 투자하기로 했던 일본 미쓰비시UFG가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2일 지분 21%를 90억 달러에 넘기기로 미쓰비시UFG와 계약했다. 유동성을 확보해 위기를 넘기려는 일종의 자구책이었다. 그러나 주가가 급락하면서 애써 마련한 자구책이 물거품이 될 지경에 놓였다. 계약 당시 27.09달러였던 모건스탠리 주가는 10일 9.68달러까지 추락했다.

외신들은 “10일 기준 모건스탠리 시가 총액은 103억 달러”라며 “그런데 지분 21%를 9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은 지나치다는 판단에 미쓰비시UFG가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모건스탠리를 거들고 나섰다. 그는 12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T)에 기고문을 싣고 “미 재무부가 모건스탠리를 긴급 구제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쓰비시가 우선주를 샀다가 나중에 보통주로 바꾸면서 살 때보다 비싼 값에 되팔 수 있도록 재무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당장 모건스탠리가 자금 수혈을 받지 않으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재무부도 모건스탠리가 쓰러지게 놔둘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업계 4위인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하도록 방치했지만, 그보다 덩치가 큰 모건스탠리에 이상이 생기면 여파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GE캐피털의 위기도 심상찮다. GE는 10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GE캐티털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8% 줄었고, GE 전체 순익은 2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GE캐피털은 일반 소매 금융도 하고, 또 GE가 만드는 대형 기계를 구입할 때 이른바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구매 자금을 대주기도 한다. 포춘은 이런 GE캐피털을 “GE와 공생 관계”라고 묘사했다. GE캐피털이 어려워지면 GE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또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취임 7년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도 했다. GE는 유동성을 키우려고 최근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으로부터 30억 달러를 투자받았고, 120억 달러 증자도 추진할 계획이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미국 금융을 위기에서 건지려면 2조 달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맞아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