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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티나는 '빈티지 룩' 유행예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어머니의 처녀시절 옷장에서 빌려온 듯한 옷,세련되고 말쑥한 모노톤이 지배하는 90년대 패션감각으로 보면 어딘지 촌스런 느낌의 옷.
일명 「빈티지 룩(vintage look)」으로 불리는 케케묵은 구식(舊式)차림새가 틀에 박힌 스타일을 거부하는 젊은층의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낡은 털실로 짠 니트,여러가지색 천을 조각조각 이어붙인 옷등60년대 히피 패션과 일맥상통하는 빈티지 룩은 마틴 싯봉.진태옥등 국내외 유명디자이너들이 올해 추동컬렉션에서 선보였던 주제의 하나.사이버 룩이니 테크노 룩이니 하는, 최 근 범람하는 도시적.미래적 의상에 대한 반동으로 해석되는 패션경향이다.
올가을 10,20대 여성들이 즐겨입는 의류브랜드며 이대앞과 명동등 패션거리 매장에는 이처럼 「시대착오적」인 인상의 옷들이당당히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꽃무늬.기하학적 무늬를 넣어할머니가 떠주신 듯한 스웨터,딱딱하고 거친 질 감을 그대로 살린 가죽 재킷과 벨트를 매는 코트,몸에 꼭 끼는 셔츠와 무릎을덮는 스커트등이 빈티지 룩을 만드는 대표적 아이템들.
20세기 전세계 젊은이들의 「유니폼」이라 할 수있는 청바지에도 구식 바람은 거세 최근 몇년간 유행한 물을 잔뜩 뺀 옅은 색,부드러운 재질의 제품들 대신 청바지 특유의 진청색과 뻣뻣함을 간직한 빈티지 진들이 대거 등장했다.『빈티지 진은 인공적으로 워싱처리한 제품과 달리 물이 빠져도 오래 입어 자연스레 낡은 느낌을 준다』는 게 「베이직」 디자이너 유진희씨의 설명.
옷자체의 소재나 디자인이 구식의 느낌을 주는 것외에 이옷 저옷을 맞춰입는 코디법으로 빈티지 룩을 연출하기도 한다.아주 고급스런 니트위에 낡고 엉성한 재킷을 입는다거나 보라색과 갈색,카키색과 청색등 전혀 어울릴 것같지 않은 색의 옷 을 함께 입는 것이 그런 예.나산패션연구소 박은경 주임연구원은 『옷입기에대한 기존의 정형화된 관념을 완전히 탈피해보려는 믹스&매치 코디법이 젊은이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같다』며 올해보다 내년에 빈티지 룩이 더욱 범람할 것이라고 예 상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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