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産당국 '불가사리와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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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바다의 쥐,불가사리를 잡아주세요.』 수산청과 수협이 얼마전내건 불가사리 퇴치캠페인의 표어다.
썰물진 바닷가의 바위귀퉁이를 화려한 색깔의 별모양으로 장식하는 불가사리.
하지만 이같은 「자태」로 바닷가를 찾는 연인과 아이들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주던 불가사리가 이제 어민들에게는 낭만의 대상은커녕 소탕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불가사리 한마리가 1년동안 먹어치우는 바지락은 무려 5천8백마리.전복.피조개.굴등 거의 모든 종류의 조개는 물론 성게.새우등 글자 그대로 먹는 것이면 뭐든지 닥치는대로 잡아먹는 탐식성(貪食性)육식동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에게는 고양이같은 천적도 없어 수산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쥐보다 더한 놈』이라는 「저주」까지 받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수산당국이 불가사리 퇴치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가을이 되면 여름내내 수심 50바다에까지 폭넓게 서식하던 불가사리들이 얕은 바다로 몰려들어 수심 20정도에 집중된 패류양식장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
더욱이 지금은 지난 4~7월사이 알에서 깨어난 어린 불가사리들이 가장 왕성한 식욕을 갖는 시기여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국립수산진흥원 김명철(金明澈.30)생산지도계장은 『불가사리가한번에 낳는 알의 수는 2백만~3백만개로 이중 다른 생물에 잡혀먹지 않은 불가사리는 5년에서 길게는 35년동안 천적도 없이「함포고복(含哺鼓腹)의 태평성대」를 누린다』고 말한다.
이처럼 피해가 극심하자 수산당국은 예년처럼 올해도 「불가사리특별제거기간」을 정해 알에서 갓 깨어난 불가사리들을 집중공략하고 각 어촌에 품앗이로 불가사리를 퇴치토록 독려하고 있다.
인천=은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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