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블라디보스토크 최덕근영사 피살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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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덕근(崔德根)영사 살해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러시아 수사당국은 지금까지 수집된 예비부검 결과와 주변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빠르면 4일중 1차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러시아정부는 2일 오후 연방보안부(FSB.옛 KGB).내무부 특별조사팀을 블라디보스토크에 급파하는 등 거의 모든 관계기관을 동원해 사건해결에 나서고 있는 모습.
러시아정부는 특히 수사 진행과정에서 진전사항이 있으면 즉시 우리정부에 통보해 주는 등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예비부검 결과를 설명한 한 수사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사용된무기는 한 가지 종류로서 한쪽은 망치,다른 한쪽은 날카로운 칼로 된 등산용 손도끼 형태의 공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런 형태의 공구는 러시아인들은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주로 동양계 노동자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崔영사 살해무기로 추정되는 손도끼형 공구는 북한 벌목노무자를 포함한 동양인 노동자들이 작업공구 겸 신변보호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해주 검찰당국의 한 소식통은 북한인을 포함한 동양인 노동자들은 수시로 불심검문을 받는데 만약 이때 「칼」이 나오면 중형또는 추방에 처해지기 때문에 그 대신 망치와 칼이 같이 붙은 특수공구를 많이 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현재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崔영사의 운전기사(러시아인)는 살해사건이 발생하기에 앞서 지난 1일밤 한국식당 「코리아 하우스」에 차를 세우려 할 때부터 러시아사람 2명이 탄 지프가 나타나 주차를 방해해 할 수 없이 차를 후■ 진 곳에 세우고 식당에 들어갔다고 진술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 운전기사는 특히 식당에 들어가자 崔영사의 뒤편에 북한인으로 보이는 4명의 동양인 손님이 안주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같은 주변목격자들의 증언과 현장수사를 통해 러시아 합동조사반은 이번 사건 며칠전부터 범인들이 崔영사를 치밀하게 미행.
관찰했으며 범행 당일에는 현장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을 것으로추정했다.
…러시아경찰은 崔영사가 북한의 음모보다는 단순범죄의 희생자일지 모른다고 믿고 있다고 블라디보스토크시 검찰총장이 2일 말했다. 올레그 로구노프 검찰총장은 사건수사를 위해 약 2백명의 경찰이 동원됐다면서 崔영사는 아마도 격렬한 언쟁중에 또는 강도를 당해 죽었을지 모른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그는 그러나 경찰이 북한의 관련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블라디보스토크에는 수백명의 북한 건설노동자들이 거주하고 있다.이에 앞서 한국 외무부는 이 사건에 북한이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일본 도쿄신문은 3일 崔영사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러시아수사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사건의 범인은 3인조며 이들은 북한노동자복장이었다는 목격자 증언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3명의 범인들이 범행 전날 아침 일찍부터 하루종일 崔영사의 자택을 정찰했으며 사건 직전 崔영사가 식사했던 불고기식당에도 들어왔었다』고 밝혔다.
이들 3명은 특히 북한에서 돈을 벌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나와 있는 6백여명의 북한 건설노동자들이 하고 있는 특유의 복장이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신문은 이와 함께 범인들의 범행수법으로 미뤄볼 때 북한노동자가 집중해 있는 하바로프스크 벌목장에서 과거에 발생했던 살인사건과 흡사하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은 북한의 능라무역등 북한기업체들이 다수나와 있어 우리보다 북측의 영향력이 센 지역.
이에 따라 우리측 상사주재원들은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어린이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나 추가로 희생자가 나올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
…이번 사건 발생 직후 북한측이 우리측의 일거수일투족을 정탐하는 듯한 흔적이 잇따라 발견돼 우리측 요원들이 바짝 긴장.
북한측은 지난 2일밤 서울에서 급파된 관계요원 3명이 공항에도착한 후부터 시내까지 이동하는 동안 줄곧 차량을 이용해 감시했다고 영사관측은 귀띔.
블라디보스토크=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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