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신경을 금융위기로 … 모처럼 함께 뛴 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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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달래는 한나라당

박 대표 "국민이 정부를 믿어야”
‘비우호적 외국 언론’ 영어 논평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左)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보좌관으로부터 금융수치 등에 대해 보고받는 임태희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한나라당 지도부가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최근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박희태 대표는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경제는 심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정부를 믿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가 정직해야 하고 또 그런 믿음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이날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어제(9일) 외환시장이 요동친 건 이미 외환위기를 한 번 겪은 경제 주체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또 “지금 우리 외환시장은 있는 그대로의 지표만 가지고 보면 안 된다”며 “기업과 은행들이 달러를 시장에 내놓지 않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임 의장은 “현재 외환보유액은 2400억 달러에 이르는데 단기 외채가 1700억 달러에 불과하므로 충분히 유동성을 커버할 수 있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빨리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명진 대변인은 ‘일부 비우호적인 외국 언론에(To the exceedingly few unfriendly foreign press out there)’라는 제목의 영어 논평까지 냈다. 차 대변인은 “극히 일부지만 한국에 대해 악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거나 무책임해 사실을 180도 뒤집어 놓는 보도를 종종 하는 외국 언론들이 있다”며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가득 찬 악의적 보도는 삼가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교체설이 나돌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엄호도 아끼지 않았다. 박 대표는 “폭풍 속 항해 도중에 (선장을) 어떻게 뛰어내리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인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오히려 맡기고 잘하라고 격려하며 도와주는 게 바른 길”이라고 호소했다.

선승혜 기자



공조 외친 자유선진당

“경제위기 극복 위해 여·야·정 협의회 구성”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10일 ‘여·야·정 정책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5역 회의에서 “우리 당은 경제위기에 즈음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제안했다”며 “임박한 경제 문제와 관련해 초당적 공조 행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는 냉혹한 시장의 현실”이라며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객관적인 근거로 신뢰를 얻어야지, 막연히 정부를 믿으라는 말만 반복해 봐야 소용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보다 확실하게 정책으로, 경제팀의 면면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새로운 각오와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정쟁 중단 선언을 제안한 데 대해선 “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정쟁을 중단하자는 건 정치적 수사는 될지언정 진실로 해결의 실마리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강현 기자



대안 마련 힘쓰는 민주당

정 대표, 해외국감 단축 조기 귀국
환 헤지 대책 만들어 정부에 제안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송영길 최고위원, 백원우 의원(오른쪽부터)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신문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재외 공관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위해 9일 출국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12일 조기 귀국한다. 정 대표가 소속된 아주(亞洲)반의 일정은 중국·일본·호주·인도네시아 등 9박10일이지만 정 대표는 3박4일만 마치고 서둘러 돌아오기로 한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주가 폭락, 환율 급등 등 경제상황이 걱정돼서다.

정 대표는 출국 직전에도 측근들에게 “경제상황 변동과 국감 진행상황에 대한 보고는 수시로 해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고 한다. 정 대표는 13일 취임 100일을 맞지만 애초 계획했던 공식 기자회견이나 행사를 대부분 취소 또는 축소했다. 대신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경제 현안에 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은 “한가하게 취임 100일을 자축할 분위기가 아니지 않으냐”며 “귀국 즉시 경제 관료와 학자·기업인들의 이야기를 폭넓게 들으며 경제 대안 마련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자체적 대안 마련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당의 환 헤지 피해 대책위원회(위원장 송영길)는 이날 정부와 청와대에 ▶외화 대출 확대 ▶파생상품 손실의 회계장부와 신용평가 반영 유예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 세 가지 대안을 전달했다. 이들은 “정부안은 은행의 자율성을 전제로 하는 데다 우량기업 중심이어서 중소기업의 흑자 도산을 막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민주당 소속 정무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이 제기한 ‘달러 모으기’는 ‘강만수 구하기’”라며 “국민에게 달러를 내놓으라 하기 전에 시장 불신의 원인인 ‘강만수 경제팀’을 교체해 신뢰 회복의 첫걸음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이슈] 미국발 금융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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