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쓰는가정문화>13.'환경사랑'은 남의 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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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추석날 아침 한상 가득 잘 차려진 차례 음식을 볼때마다 주부김은영(38.서울관악구신림2동)씨는 기분이 썩 좋질않다.접시 위로 수북이 쌓아올려진 전이며 나물 대부분이 사람의 입이 아니라 쓰레기통속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해마다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식구들 먹을 만큼만 준비하자』는 김씨의 제안은 『1년에 한번있는 날인데…』라는 중론에 번번이 밀려버리곤 했다.남는 음식은 가능한한 돌아가는 친척들 손에 쥐어주고 냉동실에 켜켜이 쟁여두기도 하지만 평소보다 막대한 음식쓰레기가 생기 는걸 막을도리가 없다.
우리네 가정에서 멀쩡한 음식을 쓰레기로 만드는게 어디 추석 하루뿐일까.국물 음식이 태반인 식사 구성이며 다듬고 잘라내는 일이 많은 조리과정은 어쩔수 없다 치더라도 일정 기간의 식단계획에 따라 식품을 구매해 음식물 낭비를 막아보려는 주부들조차 많지않은 형편이다.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식품을 쓸데없이 너무많이 사두었다가 상해서 버린 경험이 있다」는 주부가 80% 가까이 되기도 했다.
무분별한 음식쓰레기는 생활비 낭비뿐 아니라 환경오염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음식쓰레기를 비롯한 가정내 생활쓰레기 처리비용만 지난해 1조2천억원에 달했다는 것이 최근 환경부의 발표다.적정량의 식품을사고 조리하는 일,식탁에 오른 음식은 각자가 원하는 만큼 덜어남김없이 먹는 일이야말로 가정에서 실천하는 환 경운동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뭔가 거창한 일로 생각하고 미뤄왔던 환경사랑의 방법은 이밖에도 살림살이 안팎에서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온집안 식구들이 튀김을 좋아한다는 주부 박미경(33.서울은평구불광동)씨는 쓰고난 식용유 처리에 만전을 기하는 경우.폐식용유 한컵을 정화하는데 맑은 물 1ℓ가 들어가므로,쓰고난 식용유는 찌꺼기를 걸러낸뒤 깨끗이 모았다가 부침등을 할 때 한번 더쓴다.프라이팬도 여과지에 담긴 원두커피 찌꺼기나 신문지로 먼저닦아낸뒤 물로 씻는 것은 물론이다.
모아둔 폐식용유는 한달에 한번쯤 집근처 백화점의 재생용품 코너에 갖다주고 재생비누 2장을 받아오는데 현재 대다수 백화점들이 구청등과 연계,이같은 재생용품 코너를 운영중이다.
5살,3살배기 아들을 둔 최지선(29.서울동작구사당동)씨는 아이들 장난감을 사주기보단 되도록 대여업체에서 빌려쓰는 걸로 나름의 환경사랑을 실천한다.사실 장난감이란게 일정 연령이 지나면 사용치않는 1회성이 강하고 여러 재료가 뒤섞여 재활용도 어렵다보니 만만치않은 쓰레기가 되고만다.『돈도 돈이지만 쓰레기를줄이자는 차원에서 중고 장난감을 애용한다』는 최씨는 외국의 「창고세일」처럼 장난감등 안쓰는 물건을 집앞에 전시,이웃간에 헐값에 나눠쓸 수 있는 풍토가 정착됐 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이밖에 쇼핑갈때 장바구니 들고가기,세제등은 리필제품을 적극 이용하기,포장이 과다한 상품 사지않기,1회용품 사용 자제하기등은 지난해 쓰레기 종량제 실시이후 보편화된 살림의 지혜들.
하지만 역시 환경을 생각하는 살림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는 일이다.종량제 실시 2년이 다돼가도록 여전히 재활용이 되는 쓰레기와,재활용이 안되므로 규격봉투에 넣어 버려야하는 쓰레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실정.
서울시청 재활용과 심상용계장은 『가정에서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재활용쓰레기 집하장에서 두번,세번 다시 손질해야하는 수고를덜 수 있다』며 ▶종이류중 비닐코팅제품,테이프.스프링이 붙어있는 것은 재활용 대상이 안되며▶캔과 유리병.페트 병류는 안에 이물질이 없도록 물에 한번 헹구어 내놓고 특히 병 마개는 반드시 따서 따로 분류할 것▶도자기나 깨진 그릇은 재활용이 안되므로 잘게 부수어 규격봉투에 넣으며▶플라스틱류중 전화기.단추.전선.과자나 라면봉지.컵라면용기등은 재 활용이 안되는데 단 스티로폴은 지난 3월부터 재활용 대상이라는 것등 주의요령을 전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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