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4군데 漏水 균열.부식-철도터널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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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철도청이 국민회의 김명규(金明圭.광양)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철도터널에 대한 「점검일지」는 안전제일을 앞세우는 열차들이 지금까지 사고 가능성이 상존(常存)하는 터널들을 수시로 들락거려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철도사고,그중에서도 터널안에서의 사고는 곧바로 엄청난 인명피해로 이어진다.따라서 단 1%의 사고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한대비가 요구된다.그러나 점검일지 결과는 『열차들이 콘크리트 곳곳에 금이 가고 물이 줄줄 새는 터널들을 그대로 통과해 왔다』는 것이다.총체적 안전불감증의 한 단면이다.
우리나라 철도터널은 총 4백55개다.이중 절반 가까운 1백98개가 강원도 지방에 몰려 있다.서울.경기지역은 76개,영남.
충청지역이 각 66개,호남지방은 46개다.
이중 40%가 넘는 1백93개의 터널이 보수대상으로 지적됐다.이중 1백39개는 『시급히 보수해야 하는 곳』으로 나타났다.
보수대상 철도터널들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누수현상이었다.무려 1천3백34곳이다.거의 모든 터널에서 누수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터널안에서 흘러내린 물은 겨울철엔 겹겹이 얼어붙게마련이고 달리는 열차와의 마찰로 인해 터널 자체 의 균열을 촉진시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콘크리트의 균열과 탈락도 심각하다.무려 6백54곳에서 이같은현상이 발견됐다.충청지역이 2백16곳으로 가장 많고 강원지역 2백5곳,호남지역 1백4곳,서울.경기지역 80곳,영남지역 49곳이다.전국의 터널중 40%이상이 50년 이상 사용해 왔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콘크리트 노화로 인한 부식과 풍화현상은 4백61곳에서 발견됐는데 절반이 넘는 2백56곳은 강원지역에 몰려 있다.터널의 입.출구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옹벽 콘크리트가 탈락.균열되거나 부식된 곳이 70곳이다.
건설기술연구원 지반공학실 유영현(柳榮鉉)연구팀장은 『균열.누수.부식등은 동시에 진행된다』며 『한군데의 이상만 발견된 경우라도 다른 부분들에 대한 전체 안전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안전이상」이 발견됐는 데도 그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서울.경기지역의 치악터널.매곡터널.일산터널,강원지역의 산골터널.심포 제1,2터널.음암제2터널,호남지역의 매치터널.안치터널.고치터널.대근터널,충청지역의 금암터널은 「위험하다」는 자체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중 상당수가 현재까지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올해 터널보수 예산으로 60억원을 받았는데 그걸로는 턱없이부족하다』는게 철도청이 밝힌 이유다.이때문에 철도청은 「조속한보수가 필요하다」는 판정을 내린 1백39개 터널중 현재까지 불과 25개 터널에 대해서만 보수를 완료했거나 진행중이다.
그러나 나머지 터널에 대해선 보수방침만 세웠지 착수시기등 구체적 계획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철도청은 내년에 터널보수 예산으로 불과 2억원이 늘어난 62억원을 가배정받았다.때문에 내년에도 문제 터널들의 상당수가 무대책으로 방치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철도터널의 전반적인 노후(老朽)문제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서울시립대이수곤(李壽坤.토목과)교수는 『50년이상된 터널이 전 터널중 44%인 1백99개인데 콘크리트의 수명은 40~ 50년 정도』라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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