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옥외집회 금지’위헌 심판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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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는 9일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 심판을 제청했다. 야간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0조와 그 처벌 규정을 명시한 23조 1호가 대상이다.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안진걸씨가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박 판사는 결정문에서 “헌법 21조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이에 대한 국가기관의 허가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집시법 10조와 23조 1호는 집회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가하는 ‘사전 허가제’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또 “집시법 11조가 법원·국회·외교기관 등 집회 금지 장소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예외 규정을 명시한 데 비해 집시법 10조는 집회 금지 시간이 하루의 절반이나 돼 예외적 규제로 보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대다수 국민이 낮엔 학업이나 생업에 종사하고 있어 사실상 집회의 자유를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헌재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안씨에 대한 선고를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촛불집회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100여 명에 대한 재판도 상당수 중단될 전망이다. 법원 관계자는 “폭력 행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일부 피고인을 제외하면 상당수 재판의 선고(약식명령 포함)는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경찰에서 1차로 송치받은 촛불집회 단순참가자 700명 가운데 90여 명을 벌금 50만~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헌재는 1994년 “야간이라는 특수성과 옥외 집회의 속성상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높은 개연성이 있고, 형법 또한 야간의 행위에 대해선 더욱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며 옛 집시법 10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한편 박 판사는 6월 24일 재판에서 “(안씨가 구속돼) 마음이 아프다” “(촛불시위가) 목적이 아름답고 숭고하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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