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태풍남의일아니다>5.끝.기업 減量경영 일본의 사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종신고용.연공서열제를 유지해오던 일본기업들도 90년대 들어 불황이 장기화하자 본격적인 인력감축에 나섰다.중견업체부터 시작된 희망퇴직(명예퇴직과 유사)바람이 대기업으로 확산되면서 소니는 35세이상,파이오니아는 27세 이상의 사원을 대상으로 퇴직신청을 받고 있다.
또 신규채용을 줄여 대졸신입사원의 취직난은 「초(超)빙하기」라고까지 표현될 정도다.기업들은 파트타임 계약직 근로자의 감축부터 시작했고,자회사로 전환배치하는 출향(出向)제도도 적극 활용했다.이에따라 신일철은 3천명을 출향시켰고 도요 타자동차는 2천명의 계약직 사원을 해고했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무차별적 대규모 정리해고는 일본 특유의 공동체인식등으로 불가능했다.야마구치 요시유키(山口義行)닛쿄대교수는 『불황이 1~2년만에 끝났던 고도성장기에는 종신고용제가 노동력의 안정공급에 도움이 됐지만 장기 불황때는 불황탈출을 방해한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대량 인원감축이 어렵다보니 일본기업들이 눈을 돌린 것은 비용절감이었다.「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도요타의 감량경영은 당초 차량 1대에 8천엔의 비용절감 목표를 초과달성해 대당 1만2천엔의 비용을 절감시켜 초엔고를 이겨냈다.
또 일본 노조들도 고통분담을 위해 지난 3년간 춘계 임금투쟁과정에서 시간외수당과 기본급인상을 포기했다.지난해말 현재 대기업의 7.9%가 이미 연봉제를 도입해 연공서열 관행도 무너지고있다(노동청통계).
그러나 지난 5년간 실업이나 도산을 비관해 자살한 50대가 3천8백56명에 달하는등 실업이 고도성장기의 과로사에 이은 또하나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