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부시가 원하던 자유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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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부시 대통령, 이것이 당신이 이라크에서 원하는 자유란 말인가. "

미군들이 이라크 포로들을 학대했던 바그다드 근교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 수감 중인 포로들이 지난 5일 이곳을 방문 취재한 기자들에게 내뱉은 말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소웰 챈 기자는 "포로들이 베이지색 텐트에서 나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자신들에 대한 처우에 항의했다"고 6일 보도했다.

챈은 다른 기자들과 함께 버스 두대에 나눠타고 3900여명을 수용 중인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를 4시간 동안 둘러봤다. 기자들이 지나가자 한 포로는 의족을 떼어내 흔들며 "다리도 없는데 어떻게 치안 사범이 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금속제 지팡이와 목발을 치켜드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또 다른 한 포로는 "연합군이 이라크인과 그들의 자유.존엄.인권을 모독했다"며 "수천명의 포로들은 잘못된 정보에 의해 구금된 무고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는 203명을 수용할 수 있는 콘크리트 블록 건물인 '주요 시설', 4800명 수용능력을 갖춘 8개 텐트 구역으로 구성된 '캠프 갠시',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구역인 '캠프 비절런트'로 이뤄졌다. 현재 이 수용소에는 3900명의 이라크 포로들이 수감돼 있다.

이라크 내 군 수용소를 총괄감독하는 제프리 D 밀러 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수용소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설명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기자들이 수용소를 방문하기 수시간 전에 아랍 위성방송들과의 인터뷰에서 포로 학대에 대한 '사과성'발언을 했다. 그러나 아랍 언론들은 이를 '생색용'이라며 미국을 더욱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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