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 동해안 침투 관련 군 안보체계 믿을만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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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의 잠수함을 이용한 동해안 침투사건과 관련,우리 군당국의일련의 대응과정은 많은 국민에게 우려를 낳고있다.발견단계에서의허술한 대응조치는 물론 그 과정에서 보인 「사태호도」 의혹은 「진정 우리의 안보를 맡길 만한가」라는 근본적 인 의구심을 갖게하고 있다.
***경계태세 북한 잠수함이 암초에 좌초한 곳은 강원도강릉시안인진리 해변.
이곳 경계는 철벽부대 소초(소대초소)가 맡고 있다.소대장 양대길(楊大吉.24)소위가 맡고있는 이 해안선은 약4㎞며 11개의초소가 대략 4백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이날은 평시경계체제로 2명이 한조가 돼 일몰부터 다음날 동틀때까지 3교대로 각 초소에 들어가 경계를 했다.암초에 걸린 18일 0시 무렵은 정탐이나 침투활동에 알맞은 때였다.달빛이 없는 그믐에다 바다도 잔잔했다.
그러나 각 초소에는 야간감시 장비가 지급돼 아무리 어두운 때라 할지라도 4백~5백를 감시할 수 있도록 돼있다.
때문에 북한 잠수함이 암초에 걸렸을 때도 정상적인 경계활동을수행했다면 잠수함이 암초에 좌초하자마자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잠수함에 타고있던 무장공비들의 해안상륙을 저지할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초병이 처음 발견,보고한 시각은 오전 2시쯤으로 좌초후 탈출을 위해 한참동안 소동을 피우고승함자 전원이 빠져나간 뒤였다.
2시라고 하지만 그나마 맨먼저 이 괴함을 발견.신고한 운전사이진규(李鎭圭)씨의 연락을 받고서야 움직인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뒤늦은 발견」마저 미덥지 않은 상황이다.
육안감시는 그렇다치고 잠수함 좌초 당시 이곳으로부터 2㎞가량북쪽에 위치한 해안감시 레이더도 잠수함을 포착하지 못했다.해안감시 레이더는 해상에서 움직이는 선박등을 모두 감시한다.고정된바위.섬등도 하나의 점으로 나타난다.
군당국은 바닷속에 있다가 갑자기 부상한 북한 잠수함이 좌초하자 레이더에는 마치 좌초한 잠수함이 암초에 연장된 섬의 일부로착각돼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출동.후속조치 군은 그러나 무장공비들이 해안에 상륙한 뒤에도 조치.보고등에서 늑장을 부렸다.
군이 주장하는 「발견시간」인 오전 2시에서 5분이 지나 인근해안경계부대 전병력이 초소에 투입되고 15분후 중대 5분대기조가 현장에 출동하긴 했지만 이미 도주한 무장공비들을 잡기위해 사단 전체에 비상령을 발령하기까지는 이때부터 1 시간30분이나소요됐다.
또 이들이 사단 관할지역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어 2군 일부 지역까지 본격적인 조치인 비상경계령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기까지 또다시 1시간20분이라는 시간이 더 소요됐다.
물론 병력을 동원해 무장간첩단을 포위할 때까지 훨씬 많은 시간이 지났음은 물론이다.사실상 이 일대가 4시간여동안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이뿐 아니다.군당국은 대게릴라 작전을 주요 임무로 하는 특전사 병력을 기동타격부대로 지정만 해두고 출동은 질질 끌다 사건발생 하루가 지난 19일 새벽에야 현장에 투입했다.합참의장이 진두지휘한다며 현장으로 달려갔다고는 하지만 막상 헬기를 곧바로투입,전력화할수 있는 특전사를 묵혀두고 있었다.
***보고체계 일선 현지상황을 보고하는 과정도 한심해 과연 이들이 전자.속도전이 중심이 되는 현대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까하는 의문을 낳게한다.
「현장부대→8군단 통합상황실→1군사령부→합참지휘통제실→장관및합참의장」으로 보고가 완료되기까지는 1시간이상 소요됐다.적기가북한을 이륙,서울을 강습하는데 10여분이면 족한 상황을 감안하면 끔찍한 얘기다.
이번의 전투요소가 잠수함이라지만 상륙병력이 육로를 통해 서울에 진입하는데 5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점에서 한심한 상황이 아닐수 없는 대목이다.이에 대해 군당국은 「선조치,후보고」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믿기지 않는 구석이 너무나 많다.
***사태분석 합참은 이날 좌초한 잠수함 성격을 규정하는데만도 하루종일 헤맸다.유고급 잠수정이니,상어급 잠수함이니 하면서 우왕좌왕한 것이다.사진으로도 금방 확인되는 철제 잠수함을 놓고 플라스틱으로된 잠수정이니 했는가 하면 한눈에 드러나는 크기 임에도 20여운운하는 난센스를 연출했다.
제1 가상 적의 기본무장에 대한 제원은 물론 개념조차 없음을여지없이 노출했다.
***대국민 태도 이번 북한 잠수함의 출현을 제일 먼저 발견,신고한 것은 지나던 운전사였다.비단 이같은 사실이 아니라도 현대전에서 국민들의협조는 엄청나게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국회국방위에 나온 한 장성은 뻔한 내용임에도 초병이 먼저 발견했다고 주장,이 운전사가 신고하기전 초병이 잠수함을 봤는가라는 의문마저 낳게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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