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폐기물 매립 '비리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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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업체의 폐기물 불법 매립 사실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돈을 챙긴 공무원, 사이비 기자, 시민단체 관계자, 마을 주민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부장 李重勳)는 6일 염색 폐수 찌꺼기인 '폐슬러지'를 불법 매립한 신북환경개발 대표 崔모(64)씨와 이 업체에서 돈을 받은 경기도 포천시청 공무원 李모(44)씨 등 19명을 적발, 8명을 구속 기소했다.

◇"입막음용에 매달 2000만원"=崔씨가 경기도 포천시 포천천 인근에 폐슬러지를 무단 매립한 것은 2000년 1월부터다. 지난 4년간 불법 매립한 폐기물은 4만6000여t으로 11t 트럭 4180대 분량이었다.

崔씨는 포천과 동두천 일대의 염색공장에서 폐슬러지를 인수하면서 11t 트럭 1대당 50만원의 처리 비용을 받았으며, 불법 매립으로 20억원을 벌었다.

검찰 조사 결과 신북환경개발은 월 매출 2억원 중 10%인 2000만원씩을 공무원과 마을 주민들에 대한 '입막음용'으로 사용했다.

폐슬러지는 기준치의 21배나 되는 암모니아성 질소를 발생시켜 심각한 지하수.대기 오염을 초래했다. 매립지 원상복구비로 300억원이 소요된다는 게 환경단체의 추산이다.

◇"부패.비리 사슬의 압축판"=포천시청 환경보호과 계장이었던 李씨는 2001년 1월 崔씨에게서 "불법 사실을 눈감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만원을 받는 등 최근까지 14차례에 걸쳐 2500만원을 챙겼다.

포천시청의 또 다른 공무원들은 "회사 현판으로 사용하라"며 쓸모없는 암석 2개를 150만원에 팔아넘겼고, 가족들이 재배한 포도 70상자를 강제로 떠넘기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 사이비 언론, 시민단체들도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떡고물을 챙겼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주민 趙모(69)씨는 2001년 1월 崔씨 회사를 찾아가 "뭘 매립하느냐"며 협박한 뒤 20만원을 받는 등 지난 3월까지 77차례에 걸쳐 2160만원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趙씨가 노란색 스쿠터를 타고 다녀 崔씨 회사 직원들 사이에선 '공포의 노란 빈대'로 불렸다"고 전했다.

모 환경전문지 金모(61)국장은 2002년 9월 취재수첩.카메라를 들고 매립지를 찾아가 "기사화하겠다"고 협박한 뒤 500만원을 받는 등 사이비 기자 3명도 15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지방 환경단체 金모(50)부회장은 2002년 10월 매립 사실을 고발하겠다며 160만원을 받은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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