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67.전제와 결론의 일실성묻는 논박형論題풀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짧은 기간안에 논술시험에 완전히 대비하는 것은 물론 어렵다.
하지만 몇가지 점에 착안해 준비한다면 그 나름의 대비는 할 수있다.무엇보다 우선 그 대학이 올해 내놓은 모의고사 논제를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모의고사는 실제로 시 험을 치러 변별력있게 평가할 수 있도록 논술시험을 출제하기 위한 준비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동일한 논제가 출제되지는 않겠지만 출제유형에서 매우 유사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많지는 않지만 간간이 출제되는 논박형 논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지난 9일 발표한 고려대 자연계열 문제도 그중 하나다.물론 논박형 논제에 대처하기 위한 일반적인 방법을 숙지하고 있으면 논제에 답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이번에 발표된 고려대 자연계 모의논제는 「담배를 피운 아버지가 여든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은거짓」이라는 내용의 지문과 「고전압을 사용하는 어느 공장에서 1년동안 이유없이 죽어간 근로자가 여러명인 점을 보면 전자파가인체에 유해하다」는 내용의 지문을 제시하고,이 두 지문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논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논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론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고등학교 『철학』교과서 등에 실려있는 기본적인 논리지식만 있다면 쉽게 답할 수 있다.이 논제는 수학능력시험에도 여러번 출제된 적이 있는 「조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알고있 는가,그리고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숙지하고 있는가를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두 지문을 분석해보자.첫째 지문에서 전제는 「담배를 피웠던 자신의 아버지가 여든까지 살았다」는 사실이고 이로부터 「담배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두번째 지문은 「고전압을 사용하는 공장의 노동자 몇명이 1년간 이 유없이 죽었다」는 전제에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 논제는 담배의 유해여부,전자파의 유해여부를 과학적 사실에 입각해 답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오로지 지문의 전제와 결론 사이의 논리적 일관성을 묻고자 한 것이다.아버지의 경우에서 담배가 무해하다거나 몇몇 근로자의 사례에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몇몇의 사례를 조급하게 일반화해 보편적 결론을 이끌어내는 「조급한 일반화의 오류」의 전형에해당한다.
그렇다면 이런 약점이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가.통계학적 방법을 이용해 경험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그 방법중 하나다.아니면 담배와 전자파의 유해여부를물리학및 생물학적 지식을 통해 입증하는 것이다.
전제와 결론의 일관성을 대상으로 삼는 이같은 논박형 논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논리학의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김창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