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항 라운지] 단거리 노선이 항공사엔 효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전체 좌석 중 승객 70%가 탄 인천발 도쿄행 비행기와 80%가 탄 LA행 비행기 중 어느 쪽이 항공사로서는 이익일까?

승객을 많이 태운 LA행 비행기가 돈을 더 벌 것 같지만 도쿄행 비행기가 항공사에는 효자다. 항공사들은 유류비·인건비·착륙료 등 각종 비용을 충당하고도 수익이 생기는 탑승률을 ‘손익분기점 탑승률’이라고 부른다. 탑승률은 실제 승객이 탄 비율이다.

국제선의 손익분기점 탑승률은 단거리 노선이 낮고 장거리일수록 높아진다. 일본·중국·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은 탑승률이 70% 내외이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미주·유럽 등 장거리는 90%가 넘어야 한다. 물론 항공사마다 원가구조가 달라 편차는 있다. 국내선은 70%대다.

국내 한 항공사를 예로 들면 인천~도쿄 노선은 탑승률 60%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LA는 거의 100%를 잡는다. 노선 특성 차이 때문이다. 인천~도쿄는 2시간 정도 걸리지만 인천~LA는 11~13시간으로 다섯 배가 넘는다. 이코노미석(왕복 기준)은 도쿄가 50만원대로 150만원대인 LA의 30%가 넘는다. 도쿄 노선이 짧게 날지만 요금은 제법 받는 것이다.

또 장거리인 LA 노선은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다음 비행까지 현지에서 며칠씩 머물러야 한다. 비행기도 운항 준비에 2~3일 걸린다. 모두가 돈이다. 도쿄 노선은 비행기 한 대로 하루에 왕복 운항을 소화한다. 조종사나 승무원들이 현지에 머물 필요도 없다.

중국은 같은 단거리이지만 중국 항공사들의 저가 공세 탓에 요금이 낮아져 손익분기점 탑승률도 일본 노선보다 5% 이상 높다.

손익분기점은 특히 기름 값에 민감하다. 올해처럼 고유가인 상황에서는 장거리 노선은 탑승률이 100%가 돼도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유가가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를 뺀 순수 운항 원가의 70%가 넘기 때문이다. 운항 원가를 알면 좀 더 정확한 손익계산이 가능하지만 항공사들은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다.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