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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로 손실 본 기업 증시 퇴출 유예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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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키코(KIKO)’ 손실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퇴출될 위험에 처한 상장사를 일시적으로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키코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파생상품이지만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게 된다.

금융위원회 권혁세 증선위원은 7일 “상장 폐지 기준을 일부 보완해 자본잠식에 따른 주식시장 퇴출을 일시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유동성을 지원해 중소기업의 흑자도산을 방지하려는 마당에 키코 손실을 이유로 멀쩡한 기업이 퇴출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증권선물거래소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정 기간에 키코 손실을 자본잠식 규모 산정에서 제외해 주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규정상 두 반기 연속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거나 자기자본을 모두 까먹은 회사는 상장폐지된다. 그러나 금융위는 상장사들의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키코 투자로 인한 손실을 재무제표에 나눠 반영하는 방안은 현행 회계 기준과 맞지 않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김광림(한나라당) 의원은 6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파생상품의 미래 손실까지 분기마다 한꺼번에 반영하는 현행 기업 회계기준은 문제가 있다”며 “파생상품으로 인해 실현되지 않은 손실은 주석으로 기재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금융위는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회계 기준 특례를 적용해 당장 실현되지 않은 키코 손실에 대해선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주석으로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솔로몬투자증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키코 손실이 자본잠식액의 20%를 넘은 상장사는 모두 1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9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22% 급등했기 때문에 키코로 인한 손실과 그에 따른 자본잠식 규모가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8월 말 기준으로 키코 계약을 한 517개 기업의 키코 관련 총 손실은 약 1조6900억원이며 이 가운데 1조500억원을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 손실로 추정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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