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무용 "우리시대의 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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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예술의전당이 마련한 『우리 시대의 춤(4~7일,11~14일 자유소극장)』은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 무용계에 관심을 끈 무대였다. 주최측이 선정한 30대 무용가 아홉 사람이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차례차례 보여줌으로써 품질의 집약도를 확인시켜 줬고 무용 장기공연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모두 10회 열린 이번 공연에 매회 고른 수의 관객이 찾으면서 유료율이 70%선이나 됐다는 사실은 무용 분야에서는 경이로운 일이다.
연극이나 뮤지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무용공연의 장기화는 물론 욕심을 낸다면 상업화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단초로 여겨진다. 선보인 작품은 10~20분짜리 소품들이어서 출연자 개개인의 기량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졌다.
우선 현대무용에서 홍승엽의 『아다지에토』는 전반적으로 깔끔한작품성과 독특한 조형미가 돋보였다.
홍승엽의 끈끈한 지속성과 파트너 한금련(발레)의 순간적 스타카토가 대비와 조화를 이루면서 현대무용과 발레의 성공적 결합의한 예를 보여주었다.
『하얀 무덤』에서 안은미는 즉흥성과 연기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언체인드 멜로디」를 배경으로 영화 『사랑과 영혼』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에서 혼자서 무덤도 됐다가 사랑하는 남녀가 되기도 하는 그는 표정과 춤동작의 계산성과 즉흥성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특유의 흡인력을 발휘했다.
『홀로 아리랑』의 이윤경은 속도감과 다이내미즘이 돋보인 반면정상급 무용수치고는 동작이 단조로운 것이 아쉬웠으며 『가슴 위로 뜨는 달』의 안주경은 감정과 순발력이 좋은 대신 공들여 만든 무대장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무대연출의 밀도가 다소 떨어졌다. 한국무용 쪽에서 김선미의 『숨.결』은 최초의 고요에서에너지의 극대화에 이르는 호흡의 과정을 배김새의 저력과 질깃한끈기로 이어 갔다.
『들꽃』의 윤성주는 오래 몸담아 익숙해진 국립무용단의 스타일에 자신의 개성을 가미한 춤사위로 스스로의 삶과 춤을 이야기했다. 『볕』에서 남수정은 굵은 선과 묵직한 기운을 바탕으로 분출과 순간정지,역동과 섬세의 대비를 보여 주었다.
해변에서 벌어지는 삼각관계를 묘사한 김인희의 발레작품 『수평선』은 춤과 연기의 적절한 조화,산뜻한 감각과 뛰어난 표정연기를 바탕으로 무용음악으로 쓰기에 결코 만만치않은 번스타인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동작흐름의 포인트마다 재치있게 조화 시켰다.
또 김순정의 『신화의 끝』은 발레의 전통적인 형식미를 잘 간수하면서도 그 가두리를 현대적 감각과 개성있는 동작으로 장식한가작이었다.
이종호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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