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맞춰 남대문상인 무더기 이동-거평프레야 돌풍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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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도매시장은 규모가 클수록 잘되는가」.
바로 이 의문에 자신있게 해답을 제시하겠다고 장담하며 지난 2일 개점한 국내 최대규모 의류도매센터 거평프레야가 최대 경쟁상대인 남대문시장 상인들을 끌어들이는데 가공할 흡인력을 보이고있다.아직 개점 초기인데다 같은 세력권인 두산타 워.밀리오레가공사중이어서 고객을 끌어모으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동대문상권내부에서의 주도권은 장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남대문상권을 와해시키는데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야 개점과 때를 맞춰 남대문시장에서는 캐주얼 여성의류 상가를 중심으로 집단 이전현상이 일어나 일부 상가가 아예 철시되는등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캐주얼 여성의류 상가중 규모나 브랜드이미지에서 독보적인 「탑씨크리트」의 경우 전체 점포중 약 30%가 프레야로 이전했고 「아이 엠」은 거의 3분의2 이상이 프레야로 빠져나갔다.특히 바느질이 꼼꼼하기로 이름난 「아지트」의 경우 단 한개의 점포도남김없이 모두 프레야로 자리를 옮겨 상가가 아예 폐쇄됐다.
그러나 의류도매센터 주고객인 지방상인들을 끌어들이는데는 아직역부족을 드러내고 있다.동대문시장 기존상가들보다 1시간 앞서 오후9시에 개장하는등 선수를 치고 있지만 현재 동대문상권의 중심축이 아트플라자.디자이너스클럽을 주축으로 한 동부상권에 치우쳐 있어 세력이 약하기 때문이다.국내 최대규모 상가라고는 하지만 동부상권의 4개 상가 전부를 합친 것에 비하면 점포수에 있어서도 아직은 약세다.
동대문상권은 동대문운동장앞 흥인문로를 분기점으로 이미 개점한아트프라자.우노꼬레.디자이너스클럽.팀204 및 현재 건축중인 혜양패션프라자.누존을 주축으로 한 동부상권과 프레야 및 두산타워.밀리오레(건축중)의 서부상권으로 대별된다.시 장 전체가 하나의 상권으로 묶여 있는 남대문시장과는 달리 흥인문로가 양쪽 상권을 가르는 분기점 구실을 하다보니 동대문상권은 필연적으로 내부에서 동.서간 주도권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아트프라자.디자이너스클럽등 동부상권 기반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신생 프레야가 홀로 이들과 대적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동대문시장의 피크타임인 밤 12시를 전후한 이 지역의 교통흐름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도매의류상가의 성패를 좌우하는 지방상인들을 실은 관광버스는 기존의 거래선을 찾아 동부상권으로 많이 몰린다.4개 상가가 몰려있는 동부상권에 비해 프레야홀로 있는 서부상권쪽으로 오면 선택의 폭이 그만큼 좁아지기 때문이다. 두산타워.밀리오레가 개점하는 98년께에 가면 이같은세력의 열세는 균형을 이루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다.이같은 입지적 핸디캡을 프레야가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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