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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가는 한옥의 비밀 공개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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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목수는 쓸 만한 나무 한 그루를 구하기 위해 사나흘씩 깊은 산속을 헤매고 다닌다. 마침내 찾은 나무를 벨 때는 정결한 의복을 갖춰 예를 올린다. 이렇게 벤 나무는 목수의 손길로 깎고 또 깎아 기둥이 되고, 대들보가 되고, 추녀가 된다. 실력 있는 목수가 정성을 다해 지은 한옥은 1000년도 간다.

“본격적인 광화문 복원 공사에 앞서 목조 건축이란 무엇이고, 어떤 나무를 쓰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단청을 하지 않은 상태의 궁궐 재료를 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겁니다.”

경복궁 흥례문 회랑에 앉아 있는 신응수 대목장. 광화문 복원공사의 도편수를 맡고 있는 그는 50년 목수 인생을 정리하는 자신의 첫 전시회(‘오래된 궁궐, 새로운 궁실’)를 이곳에서 열고 있다. [박종근 기자]

‘우리 시대 최고의 목수’로 불리는 신응수(66) 대목장이 31일까지 경복궁 흥례문 회랑에서 ‘오래된 궁궐, 새로운 궁실’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매주 화요일 경복궁 휴관). ‘목수 인생 50년’ 만에 전시회는 처음이다. 신 대목장은 요즘 2010년 여름을 목표로 광화문 복원에 매달려 있다. 3일 전시회장에서 그를 만나 광화문 복원에 쓰일 나무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흥례문 안으로 들어가면 양쪽 회랑에서 소나무를 깎아 만든 기둥·대들보 등 목재 20여 점을 볼 수 있다. 지난해 가을 강원도 대관령 부근의 험준한 골짜기에서 베어낸 소나무를 가공한 것이다. 어른의 한아름보다 굵은 소나무의 구불구불한 나이테는 200년도 넘는 세월의 풍상을 말해준다.

“궁궐 건축에는 대략 150~300년 된 소나무를 씁니다. 나무의 종류는 많지만 소나무만한 것이 없죠. 송진이 나무를 질기게 하고 부패를 막아 주거든요. 벌목은 건조한 가을에 해야 나무도 오래 가고 색이 변하지 않습니다.”

전시회에선 내진고주(內陳高柱·건물 안쪽에 가장 높은 기둥)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띈다. 길이가 9m18㎝, 지름이 61㎝에 무게가 3t이 넘는 이 기둥을 들어올리기 위해 대형 크레인이 동원됐다. 귀퉁이를 받치는 높은 기둥인 귀고주(隅高柱·길이 7m42㎝, 지름 55㎝)도 선보인다. 나중에 주춧돌 위에 세우면 자손대대로 광화문 지붕을 떠받칠 귀중한 자재들이다.

“잔가지가 많은 길가의 나무는 못 쓰기 때문에 깊은 산으로 올라가야만 좋은 소나무를 구할 수 있어요. 강릉·양양 일대의 대관령을 나만큼 많이 넘어다닌 사람도 드물 겁니다. 산림청 허가를 받아 나무를 베려면 적어도 3~4번은 산을 오르내려야 하죠.”

지붕 안쪽 귀퉁이에 얹혀 처마선을 이루는 추녀(길이 5m, 높이 61㎝)는 휜 나무를 쓴다. 그래야 자연을 닮은 곡선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다. “곧게 뻗은 기둥감보다 적당히 굽은 추녀감을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추녀에는 3~4m 곧바로 올라가다 휜 소나무가 안성맞춤인데, 이런 나무를 찾으면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도 부럽지 않죠.”

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댄 나무쪽인 포작(包作)에는 섬세한 조각선이 살아 있다. 못을 거의 쓰지 않는 전통건축의 기법에 따라 나무 조각을 정교하게 깎아 짜맞춘 것이다. 전시 중인 광화문 포작은 실물의 절반 크기인데도 높이가 2m90㎝나 된다. 실물의 10분의 1 크기로 만든 광화문의 모형도 만날 수 있다. 전통건축을 하는 목수들이 쓰는 톱·대패·자·끌·자귀 같은 연장 100여 점도 함께 전시된다.

주정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신응수 대목장=대목장(중요무형문화재 74호)은 전통건축 공사의 총감독(도편수)을 말한다. 1942년 충북 청원군에서 태어난 신씨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목수일에 뛰어들었다. 조선시대 궁궐 건축의 계보를 이은 고(故) 이광규 대목장의 문하생으로 숭례문·불국사·월정사 공사 등에 참여했다. 75년 수원 화성 공사에서 도편수를 맡았고, 이후 창덕궁 인정전·돈화문 등을 다시 세웠다. 91년부터 경복궁 복원에 나서 경회루·흥례문·건천궁의 옛 모습을 되찾았다. 대목장은 현재 3명의 기능보유자(인간문화재)가 있지만 신씨(91년 인정)가 가장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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