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타개 無風지대 없어-경영진도 人事 태풍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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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업마다 경영난 타개를 위한 감량경영에 나서면서 최고경영진을포함한 연말 임원 인사에서 그 어느때보다 찬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사상최대의 승진인사가 있었던 지난해말과는 전혀 딴판으로,상당수 그룹에서 승진을 최소화하고 승진자수만큼 기존 임원을 퇴진시키는 「임원총원 동결」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사장.임원들부터 연봉제가 실시되고 임금 동결,보너스 반납.삭감조치가 이어지는등 보수측면의 처우도 찬바람이 일 전망이다.중역들의 수난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현대.효성.한화.한솔그룹등이 이미 부분적인 회장.사장.임원 인사를 최근 단행했다.기업 상황이 주총까지 기다리기에는 급박해시기를 앞당겨 전격 실시한 것이다.인사 내용도 주력사 대표를 교체하고 외부영입 또는 문책성 인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6월 강관사장.건설부사장을 면직시킨데 이어 10일 건설.전자등 주력사 사장을 전격 교체했다.효성그룹도 이달초 동양나이론.효성물산등 핵심계열사 사장을 바꿨다.현대.효성의 일부 사장은 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지난해 에는 사장을지낸뒤 부회장등으로 예우하는 예가 많았었다.이들 그룹은 이에 대해 『문책이 아닌 분위기 쇄신』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재계에선연말인사 찬바람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동국무역.한국홈쇼핑도 최근 임기중 사장이 경질됐다.
한화는 11일 제조업 경영난 타개를 위해 4개 계열 제조업체를 총괄하는 회장제도를 신설했다.
한편 효성은 계열사인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장을 조석래(趙錫來)그룹회장이 직접 나서 외부인사를 영입했다.한솔그룹도 11일 유우일(柳宇一)전 증권감독원 부원장보를 파이낸스 대표로 영입했다.외부 수혈을 통해 경영혁신에 나선다는 뜻으 로 보인다.
이와관련,재계는 올해말 정기인사에서▶기존 임원의 승진 억제 또는 대거 퇴진▶주력 사장단 재편등 추세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에따라 기업의 꽃으로 불리는 임원 되기도 어려워지고임원의 승진연한도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인사란 기본적으로 경영실적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올해는 특히 실적악화 외에 기업마다 계열사 통폐합등 기구축소작업을 벌이고 있어 사장.임원의 자리 자체가 동결 또는감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그룹은 매년말 실시해오던 정기인사를 새해초로 두달가량 늦추기로 최근 발표하면서 『실적을 반영한 엄격한 인사』를 강조했다. LG그룹도 올해 개인휴대통신.민자발전등 신규사업을 따냈음에도 불구,경기위축에 따라 올 연말인사가 사상최대규모였던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해외사업 비중이 커 상대적으로 불황을 덜 타고있다』며 『그러나 경영진 세대교체를 위해 연말께 상당수 임원이 해외사업쪽으로 전환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직에 자극을 주기 위한 발탁인사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아시아자동차는 올해안에 중역 5명을 명예퇴직시키기로 하면서 『유능한 부서장을 소사장급으로 발탁해 최소인력으로 최대 효과를거두겠다』고 밝혔다.LG그룹도 30대 임원등 발탁인사를 검토중이다. 한편 코오롱그룹이 사장단 연봉제를 실시키로 한 것에 대해 인사와 연관짓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연봉협상이 안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또 코오롱.포철.쌍용정유.LG화학등에서 임원들의 임금.보너스등 보수에 관해 동결.감축.반납등의 조치가 잇따르고 있어 대기업 중역들에게는 여러모로 우울한 계절이 될 전망이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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