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밑줄 쫙~' 강의 수능 모의고사 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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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수능 강사들이 오는 6월 치르는 수능 모의평가 출제위원들에게 자신의 방송 강의 중 중요 내용이나 문제를 선별해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당국이 EBS 수능 강의와 수능 시험의 연계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출제진이 출제를 위해 외부 참고서를 출제에 이용한 적은 있어도 강사들의 방송 강의 내용까지 참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제 제공=지난달 중순께 EBS 수능 강의를 맡고 있는 일부 강사는 EBS에서 "지난 4월부터 강의한 내용 중에 특별히 강조한 내용을 교재에 표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따라 A강사는 강의마다 강조한 문제 1~2개씩을 표시해 EBS에 제공했다.

B강사 역시 자신이 쓴 EBS 교재와 '빨간펜'을 EBS 측에서 받아 중요한 내용을 표기해 줬다. C강사 역시 "문제와 수업 중 강조한 내용을 간추려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수능 출제를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EBS 관계자들이 회의를 연 뒤 '강의 내용을 모의고사 출제에 참고하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알려왔다"고 말했다. 모의고사 출제에 참고하는 EBS 수능방송 내용.문제는 지난 4월의 한달치 분량. 평가원은 지난 4일 출제를 마치고 문제지 인쇄에 들어갔다.

◇엇갈린 반응= 강사들의 자료 제공 사실은 이미 학원가와 입시 전문 사이트에 널리 퍼졌다. 익명을 요구한 EBS 출연 강사는 "강사들이 '찍어주기'를 한 결과가 6월 모의고사에 반영된다면 수험생들은 EBS 교재나 강의에 맹목적으로 매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BS 교재에 나온 출제 문제를 외우거나 출제 유형을 반복 학습하는 데 치중하다 보면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할 수 있으며, 실제 수능에서 다른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평가원 남명호 수능처장은 "출제위원들이 방송을 다 듣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교재엔 나오지 않고 방송에만 나온 내용을 조사해 달라고 EBS에 부탁했다"며 "여기서 문제를 내는 게 아니라 참고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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