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가곡 선율을 마이스키의 첼로 연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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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아름답고 즐거운 예술이여.마음이 서글퍼진 어둔 때 고운 가락 고요히 부르면 언제나 즐거운 마음 솟아나 내 방황하는 마음사라진다….』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슈베르트의 가곡 『음악에부침(An die Musik)』을 애잔한 첼로 선율로 들으면 어떨까. 첼로 소품을 엮은 앨범 『아다지오』『첼리시모』로 폭발적 인기를 모아온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48)가 내년 슈베르트 탄생 1백주년을 앞두고 슈베르트 가곡을 직접 편곡해 녹음한『슈베르트의 무언가(無言歌)』가 DG레이블로 출시됐다.
거리의 방랑악사처럼 옷깃을 세운 채 첼로를 어깨에 메고 10년이 넘도록 전속반주자로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다리아 오보라와 함께 산책에 나선 음반 재킷에도 만추(晩秋)의 서정이 흠뻑 배어있다.
가사가 없는 노래라는 뜻의 「무언가(Songs withoutWords)」는 원래 멘델스존이 그의 피아노 소품 48개를 엮어 발표한 모음곡의 제목.이 앨범에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현악기 아르페지오네(모양은 기타,크기는 첼로처럼 생긴 악기)를 위해 슈베르트가 작곡한 소나타 a단조(일명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함께 슈베르트의 연가곡 『미뇽의 노래』중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나의 괴로움을 아네」,『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중 「물방앗간과 시냇물」,『백조의 노래』중 「바닷가에서」「세레나데」,『겨울나그네』중 「거리의 악사」「환상」,『밤과 꿈』『들장미』『숭어』『음악에 부침』『그대는 나의 안식』등 16개의 가곡이 수록돼 있다.
슈베르트 가곡에서 가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그러나 첼로는 인간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음색과 음역,윤기있는 깊은 울림을 자랑하는 악기.게다가 『말이 끝나는 곳에서 비로소 음악이 시작된다』는 하인리히 하이네의 말도 있지 않은가. 마이스키는 이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슈베르트가 남긴6백여곡의 가곡중 가사없이도 음악 자체로 충분한 감동을 줄 수있도록 선율미가 뛰어난 곡들을 엄선하느라 며칠씩 밤샘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마이스키가 소년시절부터 즐겨 연주해온 곡.그래서 그는 슈베르트를 누구보다 존경한다.하지만 슈베르트가 남긴 첼로곡은 더 이상 없다.
슈베르트 외에도 첼로소나타를 단 한곡만 남긴 작곡가는 쇼팽.
라흐마니노프.그리크.리하르트 슈트라우스등.마이스키는 앞으로도 이들 작곡가의 소나타 1곡에 가곡선율의 첼로 편곡을 엮은 앨범을 계속 내놓을 계획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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