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아랍 방송 통해 유감 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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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의 파장이 확대되면서 미국이 사태의 조기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5일 아랍 TV와의 인터뷰에서 유감을 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일부 미군 병사가 이라크 포로들에게 가한 조치는 '증오할 만한(abhorrent) 짓'이지만 그것이 내가 아는 미국을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라크 내 미군수용소 총감독관 제프리 밀러 소장도 이날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내 일부 병사가 저지른 "불법적이며 독단적인 행동"에 사과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국제적십자사와 이라크 내무부, 국제인권단체들이 아부 그라이브에 사무소를 설치할 것도 허용한다고 밝혔다. 밀러 소장은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포로 신문 방법도 중단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4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수용시설에서 지금까지 25명의 포로가 사망했으며 이 중 이라크인 2명이 미군 등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지 케이시 미 육군 참모차장은 4일 "범죄수사대(CID)가 2002년 12월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어진 총 35건의 포로학대를 수사해 왔으며 이 중 포로가 사망한 사건이 25건"이라고 밝혔다. 케이시 참모차장이 언급한 35건은 최근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발생한 포로 학대 사건과는 별개다.

케이시 참모차장은 ▶돌팔매질을 한 이라크 포로 1명을 살해한 미군 병사 1명을 강등 후 전역조치했으며 ▶또 다른 이라크 포로 1명을 살해한 중앙정보국(CIA) 계약직 수사관에 대해서는 사법처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탈주 중인 이라크인 1명을 살해한 사건은 합법적인 것으로 처리했고 그 외 ▶사인 미확인이나 병사(病死)로 인한 수사 종결이 12건이며 현재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것도 10여건이라고 케이시 참모차장은 말했다.

미 국방부의 발표 직후 미 상원은 포로학대 사건이 즉시 보고되지 않은 데 불쾌감을 표시하며 정보위와 국방위에서 각각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은 자체 조사에 들어갔으며 미국의 동맹국에서도 비난이 잇따랐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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