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시의원도 보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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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유 메트로부 기자

서울시의회가 지난 4일 전국 16개 광역의회 중 처음으로 시의원에게 유급보좌관을 두는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하자 논란이 분분하다. 시의원(102명) 에게 한명씩 보좌관(5급 별정직 공무원)을 붙이겠다는 게 조례안의 골자다. 시의회는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시는 한해 재정이 22조원,공무원 수가 4만6000여명에 이르는 '공룡'도시다. 방대한 안방살림을 효율적으로 감시.견제하려면 의정활동을 돕는 전문 보좌관이 꼭 필요하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1991년 지방의회 부활 이후 의원들의 자질은 줄곧 도마 위에 올랐다. 별도의 직업을 갖고 의회에는 폼이나 잡으려 나오는, 전문성도 없고 시대에도 뒤처진 '아날로그'라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어떤 시의원은 해마다 감사장에서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공무원들의 철통 빗장을 뚫을리 없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의원 디지털화' 카드로 보좌관제를 선택했다.

그런데 한꺼풀 벗겨보면 문제가 적지 않다. 미국.일본 등 선진 지방의회에도 대체로 없는 보좌관을 두려면 우선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현재로선 정원을 늘릴 법적 근거도 없다.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실력행사부터 한 것이다.

또 하나는 예산 문제다. 의원들의 월 보수(활동비+ 수당)는 230만원 정도로 연간 2700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보좌관에게는 연간 4000만원(5급 기준)을 줘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다른 광역의회도 곧 조례를 제정해 정부를 압박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행자부는 "구조조정에 따라 전체 지방공무원의 19.4%가 짐을 쌌는데 다시 정원을 늘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경대 김정훈 교수는 "상임위별로 공동 보좌관을 두거나 의회 사무처에 사안별로 관련 전문가를 채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양영유 메트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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