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과연 갓끈을 고쳐 매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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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배나무 밑으로 손이 보였다.아무리 봐도 배를 따려는 것같았다.화가 난 주인은 얼른 뛰어가 『네 이놈!』하고 멱살을 잡았다. 그러나 도둑인줄 알았던 양반은 배를 따려는 것이 아니라 갓끈을 고쳐매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 현대 피닉스가 대졸선수들의 스카우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94년처럼 대졸 우수선수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규모는 아니지만 기존 프로 8개구단의 1차지명 대상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OB.LG의 김영수(인하대).이병규(단국 대),쌍방울연고의 오상민(성균관대),한화 연고의 최만호(단국대).이대성(경성대),롯데 연고의 진갑룡(고려대)등은 1차지명이 유력한 선수.또 2차지명 상위라운드가 확실한 백재호(동국대),이동욱.장문석(이상 동아대),변대수(건국대)등 도 포함돼 있다.
현대 피닉스는 이들에게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의 스카우트비를 책정,문동환.조경환.안희봉등 기존선수들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8개구단의 눈에는 피닉스의 대졸 우수선수 스카우트가 「갓끈을 고쳐매는」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박재홍(현대)의 선례처럼 우수선수를 확보한 뒤 지명권 트레이드를 통해 계열사인 프로 현대에 입단시키겠다는 속셈이 아니면,우수선수들의 프로진출을 일단 막아 상대전력의 상승효과를 막아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게다가 지난 94년에 일어났 던 신인들의엄청난 몸값 인플레가 재현될 것이라는 데에도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태일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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