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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한·중·일 재무장관회의 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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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얼굴) 대통령은 3일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역내 공조체제 강화를 위해 한·중·일 재무장관회의를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한승수 총리와 경제부처 장관, 청와대 수석들이 참석한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아시아가 세계의 성장엔진인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의 실물경기 침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외화 유동성 확보와 실물경제 활성화 방안이 집중 논의된 이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불필요한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하고, 국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외환보유액과 외채 규모의 실상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특히 외화 유동성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필요하면 제도 개선 등의 조치를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한·중·일 재무장관들은 2000년 첫 회의 이후 2002년부터 매년 정례적으로 만나고 있다. 올해도 지난 5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만났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다시 한·중·일 재무장관 회의를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은 세계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만큼 내년 정례회의 때까지 기다릴 일이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도 한·중·일 3국 재무장관이 얼굴을 보게 되겠지만 가능하면 그 전이라도 만나라는 것이 대통령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융위기로 국제 금융시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은 데 이어 주요국 실물경기마저 급속도로 가라앉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고, 중국·일본 등 이웃한 거대 경제권과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양국은 경제 규모도 크지만 세계 1, 2위의 외환 보유액(중국 1조8000억 달러, 일본 9900억 달러)을 갖고 있어 양국과의 협조 체제를 재확인하는 것 자체가 우리 경제엔 힘이 될 수 있다. G8(주요 7개국+러시아) 정상이나 재무장관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과 같은 차원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극심한 달러 부족 현상을 겪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달러가 없는 게 아니라 달러가 돌고 있지 않는 것이 문제다. 정부균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세계 유동성 지표상으로는 오히려 유동성이 계속 늘고 있다”면서 “불안심리 때문에 신용이 높은 쪽에만 돈을 빌려주고 있어 신용이 낮은 이들에겐 돈이 마른 것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은 실무급에서 이미 ‘핫라인’을 구축해 금융위기에 대한 공조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이상렬·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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