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수리' 자동차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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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른 아침 출근을 위해 주차장으로 나왔는데 자동차에 흠집이 나있다면, 아침부터 상쾌지수는 급속도로 떨어진다. 그러나 앞으로 이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자연치유력을 갖춘 차체가 개발 완료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과학잡지 '포퓰러 사이언스' 5월호에 따르면 탄소섬유와 미세캡슐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조직을 생성시키는 차체가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의 스콧 화이트 교수팀에 의해 개발됐다. 탄소섬유는 금속판에 비해 가볍고 잘 구부러지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온도의 변화나 진동.충격에 의해 쉽게 금이 간다. 이 때문에 그동안 차체에 채용이 어려웠다. 그러나 금이 가거나 충격을 받게 되면 내장된 미세캡슐이 자동적으로 터지면서 깨진 공간을 메워준다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미세캡슐 속에는 액체상태의 치유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에 재생이 가능하다. 캡슐 속의 액체는 DCPD라는 화학물질. 이 액체가 틈새로 몰려들면서 탄소섬유 속에 묻어둔 촉매 물질과 만나 고체로 변하게 된다.

화이트 교수는 "상처가 나면 적혈구과 혈소판 등이 몰려들어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내는 인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이 물질에 의해 원래 강도의 90% 정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캡슐은 1회용이라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화이트 교수는 요즘 차체에 인간의 혈관과 같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치유물질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심장과 같은 펌프가 필요하고 치유물질을 계속 공급해줘야 한다고 화이트 교수는 덧붙였다.

이에 비해 칼텍에서는 꽤 심한 충돌에도 원상태로 되돌아오는 금속 소재를 개발했다. '버블로이'로 이름 붙여진 이 금속은 팔라듐.니켈.구리.인 등으로 이뤄진 합금. 이 금속소재로 만들어진 강판을 망치로 내려치면 충격에너지를 흡수한 뒤 곧바로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 그만큼 형상 기억력과 반발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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