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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경제] 30대 여성 경제활동 확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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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7대 총선에서 39명의 여성이 당선됐다. 여성의원 비율이 13%로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금융통화위원회에도 여성 위원이 탄생했고, 이라크에 파병될 자이툰부대의 통역 담당 군무원도 여성이다.

경제계에도 여성 파워가 커지고 있다. 벤처기업의 여성 대표나 대기업의 여성 임원은 더 이상 화제가 아니다. 할인점과 백화점 매장은 주부 파트타이머가 없으면 돌아가기 힘들다. 이제 여성을 생각하지 않으면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안 된다. 특히 아줌마 기술자가 없으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공장이 한두 곳이 아니다. 사장과 수위.공장장을 뺀 나머지 직원이 온통 아줌마인 지방 공장이 많다. 농촌지역 기혼여성이 생산직으로 한달에 100만원 정도 받으면 농업소득보다 많으므로 여기서 일한다.

우리나라 여성 취업률은 'M자형 쌍봉(雙峰)구조'가 특징이다. 20대의 취업률이 높지만 결혼하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직장에 사표를 내고 쉰다. 그 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30대 후반~40대 초반에 일자리를 찾기 때문에 다시 취업률이 높아진다. 40대 초반, 교육비와 주거비 등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10년 이상 쉰 뒤 직장 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임금이 그전보다 못한 단순노무직이나 서비스.생산.판매직에 만족해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M자형 재취업 구조마저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초급대학 졸업 이상으로 평균 학력이 높은 30대 초반 기혼여성들이 현재와 같은 재취업 업종과 임금수준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10년 정도 지나면 중소기업들이 그나마 아줌마 인력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는 사태를 빚을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힘이 분출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8.9%로 선진국 수준(OECD 평균 61.3%)에 한참 처진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되는 사회에서 경제를 살리는 원동력은 인구의 절반인 여성, 특히 기혼여성의 힘에서 찾아야 한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도, 중국의 덫에서 벗어나는 것도 여성인력 활용에 길이 있다. 선거철에 일회용으로 떠드는 데 그치지 말고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어줌은 물론 차별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아울러 문화와 관광.환경.보건.의료 분야 등 교육받은 고급 기혼여성 인력에게 맞는 서비스직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

양재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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