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새벽을 깨워야 새마을운동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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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새마을운동 하면 떠오르는 노래다. 1980년대 초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울렸던 이 노래는 새마을 운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이젠 ‘아련한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의근(사진) 새마을운동 중앙회장은 “젊은이들의 새벽을 깨워야 한다”라며 새마을 운동의 진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현장에 오니 지난날 새마을 운동의 진정성을 이어가면서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야한다는 의무감을 느낍니다.”

1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마주앉은 그가 처음 꺼낸 단어는 ‘변화’였다. 올해 5월 새마을운동 중앙회장에 취임한 그는 새마을운동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1974년 당시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새마을기획계장을 거쳐 78년 대통령비서실 새마을담당 행정관, 80년 내무부 새마을 지도과장을 지냈다. 행정가로 새마을운동의 전성기를 이끈 셈이다. 그는 관선과 민선을 합해 네 차례 경북도지사를 지내는 동안 다른 지자체가 모두 폐지한 새마을과를 계속 존속시켰다. 새마을에 대한 애정 표현이다.

“새마을운동은 산업화에만 기여한 게 아닙니다. 주민들이 지도자를 직접 선출하고, 회의를 통해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산 교육이었습니다. 사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새마을운동을 달갑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러던 중 호남 지역의 가뭄피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현장에 나온 이들이 공무원을 제외하면 모두 새마을운동 지도자임을 목격하면서 새마을운동을 재평가하더군요. 책임감과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조직이 새마을입니다.”

이렇듯 자부심에 가득 차 있지만 이 회장은 “젊은 이미지를 만들어내야만 새마을운동이 다시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변화를 화두로 내걸었다. 변화의 초점은 ‘환경·국제화·젊음’에 맞췄다.

이 회장은 먼저, 환경 문제를 ‘도시형 새마을 운동’으로 규정했다.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입니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CO2 다이어트 운동을 생활화하겠습니다. 마일리지 제도 도입과 관련해 환경부·지식경제부 등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의 국제화는 낯설지 않다. 이미 몽골·베트남·캄보디아 등에서는 ‘새마을운동 따라 배우기’가 한창이다. 이와는 별도로 이 회장은 “다문화 가정의 다양한 문제점 해결에 도움을 줘 피부색이 다른 한국인이 행복하도록 만드는 게 또 다른 국제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다문화 가정이 농촌에 있다”라며 “새마을부녀회 등 기존 농촌 조직을 활용하면 그들을 쉽게 품에 안을 수 있다”라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젊은층의 참여를 강조했다. “다양한 청사진을 실현하는 데는 젊은 피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라는 이유다. 첫걸음으로 ‘새·울·모(새벽종을 울리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인터넷 홈페이지를 곧 열 계획이다. 독거노인 돌보기, 숲 가꾸기 운동 등 자발적 봉사 조직의 사랑방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매년 3000명씩 새마을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조직화도 시도할 예정이라고 한다.

글=권호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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