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신중해야 할 서울市 廳舍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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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시가 지금의 자리가 좁다는 이유로 신청사 이전계획을 서두르는 것같다.일부에서는 벌써 동대문.보라매공원.뚝섬 세곳을 후보지로 주장하고 일본 도쿄(東京)도 청사같은 매머드 신청사를 그럴듯한 예로 들고 있다.
시청 건물과 그 장소야말로 시민의 대표적 공공영역이요 이미지라 할 수 있는데 과연 민선시장.민선시의원들이 얼마나 시청사와그 자리를 시민의 것으로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민선시장의 시행정에서 서울시청사 이전계획은 공청회를 해도 수십 번 했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건물이 넓고 좋아야 시행정이 꼭 잘된다는 보장은 없다.시정의많은 부분이 구에 이관되고,또 편리한 통신서비스 시대인데다 시재정을 요구하는 시민의 급한 일이 너무도 많은 때에 이렇게 큰돈을 들여 신청사를 서둘러야 하는 것인가.
몇년전 서울시가 정도(定都)6백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남산의 제모습을 찾아야 한다며 멀쩡한 외인아파트를 TV중계까지 하며 폭파시킨 때와 비슷한 낭비와 과소비를 보는 듯하다.
사실 지금의 시청사 자리만큼 서울의 역사와 품위를 읽게 하는곳이 따로 있어보이지 않는다.덕수궁을 끼고 남대문.경복궁.광화문로에 열려 있고,남산.북악산을 조망하면서 명동.을지로.종로.
서울역까지 보행체계로 연계될 수 있는 그야말로 서울의 얼굴이요서울의 역사적 품위를 대표하는 곳이다.
설계하기에 따라 지금의 자리가 꼭 좁은 것도 아니다.지하와 열린 고층으로 지금의 자리에 신축도 가능하리라 본다.
그래서 덕수궁과 시청광장이 혼연일체가 되는 멋진 서울의 아고라를 연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도시란 오랜 세월의 역사적 작품이기 때문에 시청사는 도시 가로를 걷는 많은 사람들이 역사적 시간의 층을 쉽게 많이 읽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솔직히 말해 너무 크고 썰렁하며 관료적인 위압감을 주는듯한 도쿄도 청사보다 비좁은 도시 권 복판에 자리잡은 미국 일리노이주정부 청사는 사람들이 오가다 쉽게 들를수 있는 친근하고 낭비없는 시민의 장소로 기억되었다.
어쨌거나 서울시청사 신축과 이전에 대해 많은 시민과 전문가가나름대로의 생각과 꿈을 갖고 있을 것이다.과연 무엇이 더 바람직한 생각인지를 심사숙고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열려있어야 할 것이다.
시장의 의지,시의원의 찬성만으로 밀어붙이기엔 너무도 중요한 우리 서울시민 모두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조대성 성균관대교수.건축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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