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불러 ? 그럼 우리도 불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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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실책을 덮어 두고 가기는 어렵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국정감사는 노무현 정부 마지막 1년과 이명박 정부 6개월에 대한 감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반면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잘못된 국정운영으로 민생을 파탄 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인적 청산하고 국정을 쇄신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6일부터 열리는 국감을 바라보는 두 당의 시각은 이렇게 차이가 크다. 한나라당은 이번 국감을 노무현 정부에 대한 최종 평가의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물론 민주당은 “현재의 정부를 감사하는 게 국감의 본래 취지”라는 입장이다. 여야가 뒤바뀌는 정권교체 직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동상이몽 국감’인 셈이다.

국감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이 유난히 요란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증인 채택이 쉬웠던 국감은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 기선 제압을 위한 ‘샅바 싸움’ 수준이었다. 이번처럼 상임위 여러 곳에서 여야가 신경전을 펼쳐 국감 초반기를 증인 없이 ‘반쪽 감사’로 치러야 할 상황이 된 것은 드문 경우다. 여야가 전·현 정권을 대신해 상대방에게 흠집을 내려고 격돌한 탓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를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증인으로 부를 태세다.

실제로 민주당은 국방위에서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직 수석과 여당 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해서라도 한나라당 전 고문이 연루됐던 군납비리 사건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겠다는 의도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재미동포 무기거래상 조풍언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조씨는 김대중 정부 당시 무기구입 비리 연루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런 식으로 두 당의 ‘증인 채택 전쟁’이 식을 줄 모르자 각 상임위 간사들은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상임위 간사인 한 의원은 “차라리 증인 없이 국감을 하기로 합의하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다. 

남궁욱·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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