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D - 4 여의도는 ‘증인 전쟁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감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 간 교섭이 한창이다. 1일 국회 정무위에서 열린 여야 간사 모임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左)과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얼마나 더 기다려야 위원장님을 뵐 수 있을까요.”

1일 오후 국회 본청의 한 상임위원장실 앞. 20여 명의 피감기관 관계자가 기웃거리고 있었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에 대비해 ‘증인 로비’를 펼치기 위해서다. 회사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된다는 소문을 듣고 달려왔다는 한 기업 관계자는 “위원장을 붙들고 사정이라도 하면 국감 증인에서 빠질 수 있을까 해서 왔다”고 말했다.

해당 위원장실의 한 보좌관은 “어제도 한 은행 직원이 찾아와서 사장 대신 전무가 나오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하더라”며 “솔직히 지나치게 많은 증인을 불러서 기업 활동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닌지 걱정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국정감사를 닷새 앞둔 국회에 ‘증인 전쟁’이 치열하다. 상임위마다 쏟아지는 증인 요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무 담당자들조차 “이유 없이 너무 많은 증인을 불렀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여야의 입장에 따라 가지각색 증인 요청이 줄지 않는다.

정무위원회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신재민 문화관광체육부 차관,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하다. 민주당은 또 7개 시중은행장 전원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해 한나라당과 격론을 벌여왔다. 환헤지 파생금융 상품(KIKO)을 무리하게 판매해 왔는지를 따지면서 정부의 고환율 정책의 문제점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양당은 KIKO 판매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민은행장과 다른 상임위에서 이미 증인으로 채택된 우리은행장만 빼주는 선에서 잠정 합의를 봤다.

서로가 요구하는 증인에 맞불을 놓는 과정에서 여야 간 의견이 조율되기도 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은 대통령 사위인 조 부사장과 더불어 신일선 전 산재의료원장을 불러 현 정부 기관장에 대한 강제 사퇴 주장을 들으려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주택 건설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의 증인 채택을 주장하자 양당 모두 한발씩 물러서기로 하고 증인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환노위에선 경인운하와 관련해 우원식 전 민주당 의원이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오히려 한나라당에서 “의원 품위가 떨어진다”며 우 전 의원의 출석에 난색을 표했지만 본인이 강력히 출석을 희망했다고 한다.

정강현·선승혜 기자 , 사진= 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