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위험 없고 안전” 부자들 금 사재기 열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한 현물 자산인 금괴와 금화를 사려는 투자자들의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FT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최근에 나타난 금을 사려는 수요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것이며 거부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금시장협회(LBMA)의 제레미 찰스 회장은 “내가 33년간 이 바닥에서 일해온 동안 이처럼 금 투자 수요가 많았던 적은 없었다”며 “금 제련소에서 수요를 맞춰 금괴를 생산해낼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금융위기로 인해 그동안 손실 위험이 거의 없고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졌던 머니마켓 펀드(MMF) 등의 투자 상품들마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가속화하고 있다. 또 현물 자산 수요도 금 투자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세계의 주요 금 제련소와 각국 조폐국에서 투자자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금괴와 금화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크루거란드 금화를 생산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제련소와 빈 필하모닉 금화를 만드는 오스트리아 조폐국은 최근 주말 근무에 돌입했으며 미국 아메리칸 버펄로 금화는 지난주 품절됐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은 계속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런던에서 거래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약 900달러였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직전에 비해 25% 이상 오른 가격이다.

특히 몇몇 나라에서는 투자자들이 금괴를 확보하기 위해 런던 현물시장 가격보다 온스당 최고 25달러까지 프리미엄을 얹어서 매입하고 있다고 LBMA 연례 회의에 참석한 한 은행가가 밝혔다. 

박경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