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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오프라인 정치도 나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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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1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10·4 남북 정상 선언 1주년 기념식장에 들어서며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일 퇴임 후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았다. 노 전 대통령은 ‘10·4 남북 정상선언 1주년 기념위원회’가 이날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개최한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장엔 한명숙·이해찬·한덕수 전 총리,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전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과 친노 인사 등 400여 명이 모여 노 전 대통령 부부를 기립박수로 맞았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안희정·김진표 최고위원 등도 얼굴을 보였다.

‘대북정책,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노 전 대통령은 “버림받은 선언을 기념하려니 서글프다. 1년쯤 지나면 나무의 잎이 싱싱해질 줄 알았는데 말라 비틀어지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10·4 선언을 존중하지 않아 남북관계가 다시 막혀버렸다”며 “관계 복원을 위해 허겁지겁 이런 저런 제안을 하는 모습이 좀 초조해 보인다. 그야말로 ‘자존심 상하게 퍼주고 끌려다니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임 사장이 계약을 하면 후임 사장은 그대로 이행하는 줄 알고, 회사의 CEO들은 그렇게 해왔기에 그리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국가 CEO는 안 그래도 되는지 미처 몰랐다”고 뼈있는 농담을 했다.

한·미, 한·일 동맹을 강조해 온 MB 외교노선도 문제삼았다. 노 전 대통령은 “남북 간 국력의 차이와 냉전 구도의 변화로 대북 억지를 위한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많이 떨어졌다”며 “한·미·일 협력 관계를 과시하는 것은 남북관계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까지 불편하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치권도 빨갱이, 친북좌파 만들기 같은 맹목적 이념대결과 정치공작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통합을 위해서는 주권의 일부를 양도할 수도 있고 양보가 항복도, 이적행위도 아니라는 인식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이 인터넷 정치에 이어 오프라인 정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지난달 18일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을 개설한 뒤 20건의 글을 올리며 정치적 발언의 수위를 높여왔다.

◆노무현 김 뺀 박지원=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전남대 강연에서 2003년 정상회담 무산을 노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 중 대표적인 실책으로 거론했다. 박 의원은 “2003년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초에 실무자 간 특사교환을 원칙적으로 합의했었다”며 “그러나 구체적 합의를 위해 베이징에 나온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아무도 만나지 않아 약속을 어겼다”고 뒷얘기를 공개했다. 박 의원은 “10·4 선언이 2003년에 이뤄졌다면 얼마나 많은 남북관계의 진전이 있었겠느냐”고 덧붙였다.

임장혁·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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