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야당 모델’ 실험 정세균 민주당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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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울 것은 싸우되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민주당 정세균(사진) 대표의 야당발 정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달 25일 청와대 회담 이후 정 대표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검증 국면을 맞고 있다. 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찬 회동에서 경제 살리기, 남북 문제 협력 등 7개 항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일부 당내 강경파들이 ‘야성(野性) 부족’이라며 그를 비판하고 있다. 7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겪는 비주류의 ‘대표 흔들기’다. 특히 지난달 30일 발기인 대회를 치른 ‘민주연대’ 측은 공공연히 정 대표의 노선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 대표 측은 “민주당이 투쟁일변도로만 나가선 성공할 수 없으며 국민들에게 대안정당이란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전병헌 대표특보단장은 1일 “국민 살림살이가 어려운데 여야 지도자가 싸움만 하고 나오면 대통령도 타격을 받겠지만 야당 대표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겠느냐”며 “정 대표가 이 대통령의 국정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 측은 ‘야성 부족’이란 비판도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정 대표는 지난달 개원협상 때만 해도 원혜영 원내대표가 마련한 원 구성 합의안에 대해 “제1 야당이 여당에 끌려 다녀선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제동을 거는 등 당의 강경 기류를 주도했었다. 최재성 대변인은 “청와대 회담 때도 정 대표는 종부세 등 타협할 수 없는 분야에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앞으로도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이슈에선 추호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전국의 당 지역위원장을 불러모아 ‘종부세 개악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면서 단호함을 과시했다. 그는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종부세 개정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켰고 한나라당도 거수기로 전락함으로써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비주류의 견제가 시작되긴 했지만 정 대표의 당 장악력도 취임 직후보다 크게 올라간 상태여서 리더십의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 측근은 “정 대표의 스타일은 시간 날 때마다 수시로 여러 의원들과 접촉해 당 운영을 상의하는 ‘대화형 리더십’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당의 결속과 화합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대표가 관리형 대표 이미지를 벗고 차기 대선 주자급 반열에 올라서려면 고유 브랜드의 정책과 개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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